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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론 게이트] 엔론, 모든 회계문건 파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에너지 회사인 엔론사 파산으로 불거진 부실회계 및 정경유착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신호(21일자)에서 엔론사의 회계 감사를 맡은 아서 앤더슨의 한 변호사가 지난해 10월 12일 메모를 통해 회계사들에게 사소한 문서를 제외하곤 종이 서류와 e-메일 등 모든 회계 문건을 파기토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타임은 지난해 11월 초 엔론사 회계 조사에 들어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관련 문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할 때까지 서류를 파기하라는 지시가 계속 내려왔다고 전했다.

특히 엔론사는 파기 지시가 있은 지 나흘 뒤인 16일 6억1천8백만달러(3분기.약 8천억원)의 손실을 보았다고 갑자기 발표, 자금난에 봉착했음을 처음으로 시인했다. 이후 엔론사는 1997년 이후 5억6천7백만달러의 수익을 과다 계상했다고 밝히는 등 부실회계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엔론사가 SEC의 자료 제출 요청 후에도 이를 묵살한 채 문서를 파기했다면 관련자들의 형사 처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회계법인의 감사 관련 서류는 보통 수년간 보존하는 게 관례다.

이와 관련, 아서 앤더슨의 데이비드 타볼트 대변인은 "회사 내부에서 조사를 끝낼 때까지는 논평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엔론사의 케네스 레이 회장은 97년 여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만나 자사측에 유리한 쪽으로 지구온난화 정책을 펴주도록 요청했으며, 1980~90년대에 민주당 관계자들을 상대로 꾸준히 로비를 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3일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98년 대형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가 파산 위기에 몰렸을 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이 신속하게 개입했던 사례를 들며 부시 행정부가 엔론의 위기를 알고서도 관계기관과 국민에게 알리지 않은 것 자체가 '특혜'라고 보도했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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