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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교통기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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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지의 나라에 대한 관광객의 첫 인상은 교통수단과 세관 그리고 숙박시설에 있다. 특히 교통수단은 중요하다. 제 아무리 좋은 관광자원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곳까지 관광객을 접근시킬 항공기「버스」「택시」철도 등의 교통수준이 낮고 냄새가 나며 더럽고 전망이 나빠 불쾌감과 불안감을 준다면 관광객은 목적지에 닿기도 전에 지쳐버릴 것이며 「즐거운 여행」이 아니라 「고행수련의 길」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항공교통상으로 보아 세계의 뒷골목에 자리잡고 있다고들 한다. 우리 나라는 이미 세계일주 항공「루트」 에 가입되어 있는데도 동경∼서울∼「홍콩」「라인」이 없기 때문에 「통과관광객」유치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 지금은 CAT가 서울∼대북간을 주1회 운항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세계일주 관광객들은 동경에서 서울을 포기하고 「홍콩」또는 대북으로 직행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우리 나라에 들어오려면 동경에서 따로 떨어져서 서울에 들러야하는데 동경∼서울간의 왕복여비(1백28불)도 문제려니와 「홍콩」에 들르려면 서울에서 동경으로 되돌아가야만 하니 시간낭비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불편만 없다면 동경에서 「홍콩」으로 가는 월평균 1만여명의 외국관광객중 상당수를 우리 나라에 유치할 수 있으리라고 관광관계자들은 한숨이다. 당국은 명년4월 KAL로 하여금 미국 「더글러스」항공기 제작 회사로부러 대형여객기(DC=9)를 도입, 서울∼대북∼「홍콩」등에 띄우고 이 「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PAA· 「에어프랑스」·「루프트한자」 등 외국의 유력한 항공회사를 유치할 계획이라니 기대가 크다.
외래관광객들은 항공편 다음으로 선박편을 이용하기도 한다. 시간의 여유가 있는 관광객들은 오히려 빠른 비행기보다 호화선을 이용하는 경항이 많은 것이다. 특히 우리 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데도 국제유람선을 받아들일만한 항구시설이 아직 없다. 굳이 이용하겠다면 부산∼대판간을 왕래(주3회)하는 화·객선과 부산∼「포틀랜드」(미)간의 부정기선이 있을 뿐이다.
당국은 현재 극동을 순방중인 국제유람선을 부산과 인천에 기항토록 유치할 계획이지만 적어도 2만「톤」급 이상의 선박을 수용할 수 있는 항구의 시설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밖에 관광「택시」를 넉넉히 확보할 것도 시급한 일이다. 서울시내에 영업용「택시」가 3천여대 있으나 일반대중의 수송에도 모자라는 편이고 관광용으로 쓸 수 있는 「콜·택시」나 전세 「택시」는 1대도 없는 실정이다.
관광공사 산하에 주한「유엔」군 전용 아리랑「택시」 2백80대가 있지만 일반 외국인에게는 전연 혜택을 줄 수 없는 그림의 떡격이다. 관광「버스」는 또 시설이 엉망이다. 서울의 관광「버스」 2백31대중 외국관광객이 이용할 수 있는 정도로 안락하고 잘 정비되어있는 「버스」는 1대도 없다고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외국에 흔히 있는 시내일주 정기관광「버스」제도도 마련되어야 할 일이다.
우리 나라는 서울및 서울근교를 위주로 한 외국관광객이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관광자원의 대부분은 오히려 산간벽지에 있다. 관광객들을 전국 각지의 명승고적지로 유치, 한국의 풍물과 역사를 소개하고 우리 나라에 머무를 시간을 연장함으로써 더 많은 외화를 쓰게 하기 위해서는 그 지방의 관광지 선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완비된 장거리용 교통수단이 있어야한다.
우리 나라는 선진국과 같이 고속도로(하이웨이)가 전국적으로 연결되어있지 않아 장거리 여행은 아직도 「버스」편보다 철도에 의존하는 것이 절대적이다. 그런데도 명절이나 「바캉스」계절이 아니라도 기차표를 사기는 쉬운 일이 아니며 더구나 지리에 어두운 외국인에게는 불편이 더한층 심하다. 외래관광객을 수송하는데 적합한 객차와 식당차, 그리고 전망용 객차와 외국인전용 화장실 등의 확보가 중요한일로 「클로스업」되고있다.
동시에 특별관광열차의 운행제도도 신설되어야 한다는 관계자들의 말이다. 관광전문가들은 또한 주유관광 철도승차권 제도를 제안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은 사전에 여행「스케줄」이 마련되어 있어 행선지와 날짜가 정해져있으므로 그 「코스」에 맞는 철도승차권을 한꺼번에 발행해주어 도착역마다 출찰을 하는 불편을 덜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철도에서 관광지까지 가는 관광도로의 개발문제도 중요하다. 우리 나라는 지금까지 국도와 산업도로 건설에만 치중해왔기 때문에 관광도로는 전반적으로 불량하다. 장거리 철도여행에 지친 관광객들에게 목적지에 거의 다가서 엉덩방아를 찧게 하여 피로를 더하게 하는 일은 하루빨리 시정되어야 할 일이다.
우리 나라의 제대로 된 관광도로라면 설악산지구 속초∼신흥사간 12「킬로」와 불국사역∼불국사간 4「킬로」뿐이라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정부는 제2차5개년 계획기간중 4백7「킬로」의 주요 관광도로를 보수하리라하니 기대해 봄직하다.

<임판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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