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성남면 작은도서관에 온 아이들이 집중해서 독서를 하고 있다.빌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고 말했다. 작은 도서관에서 꿈을 키웠던 그에게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었다. 규모는 작지만 숨은 보석처럼 우리지역의 구석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도서관은 도시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단순한 정신의 보고에서 벗어나 생활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 천안·아산의 작은 도서관을 찾아가 봤다.
글·사진=홍정선 객원기자
작은 면소재지의 아담한 작은 도서관은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자세히 들여다 봐야 찾을 수 있다. 주민자치센터를 자주 드나들면서도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천안시 성남면 작은 도서관은 2007년 12월에 처음 문을 열었다. 신사초등학교 바로 앞에 위치해 있으며 성남면주민자치센터 옆 건물 1층에 자리하고 있다. 이 곳 도서관은 91.5㎡이며 주요 내부 시설로는 자료열람 코너 18석과 정보이용 PC 2석이 갖춰져 있다. 총 7627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으며 문학서적과 아동도서가 주류를 이루고 다양한 실용서적도 갖추고 있다. 신간도서는 일 년에 두 차례 6월과 12월에 100~200권씩 채워지고 있다.
전교생 70명 안팎의 작은 신사초등학교의 학생들 중에는 방과 후 하교버스나 학원버스를 기다리는 사이 이 곳 작은 도서관에 들러 잠시라도 책을 읽고 가는 경우가 많다. 도시와 달리 방학 중에는 오히려 열람객이 적은 편이지만 지난달에는 300여 권의 책이 대출됐을 만큼 인기가 있다. 농사관련 실용서적을 자주 대출한다는 한 이용객은 “농사를 짓는데 책의 도움을 많이 얻었다”며 “이론보다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책을 통해 얻은 새로운 정보와 농사법을 익혀 시행착오를 덜 겪게 됐다”고 말했다.
면소재지의 작은 도서관은 이야깃거리도 많았다. 도서관이 멀어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는 이용객들의 이야기는 절로 미소를 머금게 한다. 하루에 버스가 세 번 운행되는 봉양리에서 자녀 셋을 데리고 나와 책을 읽다가 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주민이 있는가 하면 대흥리에 사는 한 주민은 네 명의 자녀들을 데리고 20분을 걸어서 도서관에 온다. 사랑방 분위기의 작은 도서관에서는 간혹 큰 도서관에서 금지되는 일들이 허용되기도 한다. 긴 의자에 누워서 그림책을 보다 가는 유치원생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스쿠터를 타고 오는 85세 할아버지도 있다. 할아버지는 올 때마다 건빵 세 봉지를 가져와 배가 출출해질 시간인 오후 3~5시 사이에 도서관을 찾는 학생들과 건빵을 나눠 먹는다. ‘음식물반입금지’라는 도서관의 규정이 잠시 무너지는 순간이지만 마음의 정을 나누는 작은 도서관의 풍경은 훈훈하고 따뜻하다.
성남면 작은도서관의 자원봉사자는 모두 3명으로 신경철(60), 김정숙(43), 강보람(26)씨다. 이들은 4시간씩 번갈아 가며 대출과 반납 봉사를 맡고 있다. 김정숙 봉사자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도서관에 다니다가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조용한 분위기의 도서관은 공부를 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 책을 모두 읽지 않더라도 매일 책을 보고 정리하다 보니 책 제목과 저자를 저절로 외우게 돼 공부하는데 도움이 된다.
김씨는 “근처 영어와 피아노 학원에 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에 도서관에 들르는 학생들이 있다”며 “멀리 외진 곳에서 오는 아이들이 대부분인데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10분이라도 책을 읽고 가는 모습이 대견하다”고 말했다.
신경철 봉사자는 “하루에 10명, 적을 때는 5명의 열람객이 도서관을 이용한다”며 “작은 도서관이 있는지 모르고 지나치는 주민들이 여전히 많다. 홍보가 잘 되어 이용객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용 정보
개관 월~토(동절기 오전 9시~오후 5시, 하절기 오전 9시~오후 6시)
휴관 일요일, 정부지정 공휴일
대출 1인 5권 2주간
주소 천안시 동남구 성남면 신사대화로 149 (신사리 325-1)
성남면주민자치센터 옆 1층
문의 041-622-666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