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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질문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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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아래 예문을 윗사람 A와 아랫사람 B의 대화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A: “가게에 가서 색연필 좀 사다 줄래?”

 B: “어떤 색깔?”

 A: “풀다가 모르는 문제 있으면 말해.”

 B: “질문. 이 문제 어려워.”

 B를 “어떤 색깔이요?” “질문이요. 이 문제 어려워요”로 바꿔야 한다고 답하기 쉽지만 그렇게 하면 맞춤법에 어긋난다. “어떤 색깔요?” “질문요. 이 문제 어려워요”라고 해야 바르다.

 ‘요’는 듣는 사람에게 존대의 의미를 더해주는 말인데 앞에 나오는 말의 받침 유무에 관계없이 붙는다. 받침이 없는 ‘어려워’에 ‘요’를 붙이면 존대어가 되듯이 ‘색깔?’ ‘질문’처럼 받침이 있는 말에도 ‘요’만 붙이면 존대의 의미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덧붙일 필요가 없다.

 “이번 기말 시험이 연기됐대요.” “정말요?” “네가 들고 있는 것이 무슨 책이니?” “수학책요”에서 ‘정말이요?’ ‘수학책이요’가 아니라 “정말요?” “수학책요”가 옳은 것도 같은 이유다.

 한편 열반하신 성철 스님의 유명한 법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같은 경우 “산은 산이오, 물은 물이로다”로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가지는 분들도 있다.

 ‘-오’는 문장을 끝낼 때 사용하는 종결어미다. “모두들 이리로 오시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오?”처럼 쓸 수 있는데 예스러운 말투여서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어떤 사물이나 사실을 열거할 때는 연결어미인 ‘-요’를 쓴다. 예를 들자면 “이것은 감이요, 그것은 사과요, 이것은 배다.” “그는 친구가 아니요, 원수입니다”처럼 쓸 수 있다.

 위에 예로 든 성철 스님의 법어는 ‘산은 산이다’ ‘물은 물이다’ 두 개의 문장을 연결하고 있기 때문에 ‘-오’가 아니라 ‘-요’를 쓰는 것이 옳다. 이때의 ‘이요’는 ‘이고’가 약화된 말이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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