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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판 면도기 지구 4바퀴, 매출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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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면도기 하나로 지난해 1억 달러 수출을 달성한 도루코의 전성수 대표는 “냄비 등 주방용품 전반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국내 면도기 원조기업 도루코가 면도기 하나로 지난해 수출 1억 달러(1100억원)를 달성했다. 전성수(53) 도루코 대표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품질로만 승부하면 되니 해외 시장 뚫기가 국내 시장보다 오히려 더 쉽다”고 말했다. 지난 한 해 도루코가 130여 개국에서 판매한 면도기는 모두 약 20억 개로, 이를 늘어 놓으면 지구를 4바퀴 돌 수 있을 정도다.

 전 대표는 “10년 전만 해도 도루코는 내수 비중이 90%였지만 질레트·쉬크 등 외국 브랜드의 공세로 국내 시장이 잠식되자 해외 시장 개척으로 돌파구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2010년부터 매출 중 수출 비중이 내수를 넘어섰고, 현재는 70%를 해외에서 벌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 매출은 지난해 1990억원에 이어 올해는 24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 대표는 “특히 독일과 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을 중심으로 ‘고품질에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으로 인식되며 전년 대비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하는 호응을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창고형 할인매장인 독일계 알디, 대형마트인 영국 테스코와 프랑스 카르푸, 미국의 편의점 CVS, 일본의 이온 그룹 등 글로벌 시장의 유수 유통업체를 뚫었다. 전 대표는 “입점 업체 선정 때 브랜드의 지명도보다 품질을 중시하는 이들 유통업체의 정책 덕을 좀 봤다”고 말했다. 대부분 소비자 블라인드 테스트 평가를 거치며, 환경 영향이나 사회적 책임 여부도 꼼꼼히 평가하는데 도루코가 모든 부문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 입점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선진국 시장을 공략하는 주력 제품은 2008년 5년간의 연구개발(R&D)을 거쳐 세계 최초로 개발한 6중날 면도기 ‘페이스(PACE6)’다. 세계시장 1위 질레트는 5중날을 만들고 있다. 전 대표는 “조그만 하나의 카트리지에 면도날 6개를 촘촘히 넣는 것이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중견 기업으론 드물게 매년 매출액의 15%를 R&D에 투자해 온 결과다. 개발도상국 시장은 일회용 제품으로 공략하고 있다.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이란에서는 일회용 면도기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전 대표는 “수염이 억센 현지인들로부터 ‘잘 깎인다’는 평가를 받아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단순해 보이는 면도기지만 만들긴 쉽지 않다. 두께 0.075㎜인 얇은 스테인레스 강판인 ‘강대’의 3면을 갈아 날카롭게 날을 세울 수 있는 금속 다루는 기술이 필수다. 잘 깎이면서도 피부 표면엔 자극이 적어야 한다. 전 대표는 “내구성·절삭력·부드러움 그리고 디자인의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면도기야말로 기계·금형·사출 등 갖가지 기술이 집약된 상품”이라며 “도루코의 면도기가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국내 중견기업의 기술 수준 향상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포스코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면도칼 소재 강대 개발도 올해 구체적인 성과가 나온다. 강대는 그간 일본의 히타치, 독일의 우데올룸 등 외국 업체에서 100% 수입해 써왔다.

 도루코는 2020년까지 매출 1조원과 면도기 부문 세계시장 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도루코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8% 수준이다. 지난해 8월엔 ‘마이셰프’라는 브랜드로 주방용품 시장에도 새롭게 진출했다. 그간 면도기를 만들며 쌓아온 코팅·절삭 노하우를 바탕으로 주방용 칼, 가위, 프라이팬을 만들고 있다. 전 대표는 “장기적으로 냄비 등 주방용품 전반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최지영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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