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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로' 국민연금 순가입자 탈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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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전업주부가 국민연금을 떠나기 시작했다. 일시적 현상이면 다행이지만 계속된다면 제도의 근간이 흔들릴지도 몰라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2월에만 국민연금 임의가입자(전업주부 등) 1만2122명이 탈퇴했다. 4899명이 새로 가입하면서 7223명이 순감했다. 전조는 1월에 있었다. 증가세가 주춤했다. 그래도 들고 난 사람을 따지면 864명이 늘었는데 2월은 순 감소로 돌아선 것이다. 1~2월 1만3850명이 신규 가입하고 2만209명이 탈퇴했다. 임의가입자 상승 그래프가 꺾인 것은 2004년 이후 약 10년 만이다.

 임의가입자는 1988년 국민연금 시행 이후 오르내리다 2004년부터 조금씩 늘어 2009~2012년 18만 명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20만7890명까지 증가했으나 2월 말 현재 20만1531명으로 떨어졌다. 국민연금은 만 18세 이상 국민이 소득활동을 하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는 의무가입 대상은 아니지만 본인이 원하면 가입할 수 있다. 그게 임의가입자다. 서울 강남에서 시작된 전업주부 가입 열풍은 전국으로 번졌다. 20년간 외면받아 오던 국민연금이 2007년 연금개혁으로 재정이 안정되면서 핵심 노후소득보장 장치로 거듭난 것이다.

 그런데 올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민연금과 결합한 기초연금을 내년 7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나오면서다. 지난달 21일 인수위는 소득하위 70% 노인 중 국민연금이 없으면 기초연금 20만원을, 있으면 14만~2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소득상위 30%는 국민연금이 없으면 4만원, 있으면 4만~10만원을 지급한다. 하위 70%에 속하면 국민연금 가입자가 최대 6만원의 손해를 보게 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금연구센터장은 “차라리 국민연금에 안 들고 20만원 받는 게 낫다는 생각이 퍼진 것”이라며 “인수위가 1월 국민연금과 연계한다는 말이 나올 때부터 예견된 일”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 최미영(46·가명·전업주부)씨는 최근 국민연금공단 지사를 방문해 탈퇴 서류에 서명했다. 6년 동안 매달 8만9100원의 보험료를 부었지만 미련 없이 탈퇴했다. 최씨는 “최근 기초연금 방안을 보니 무연금(국민연금이 없는 경우)이면 20만원을 준다고 하더라. 살림살이에 여유가 없는데도 빠듯하게 보험료를 내 왔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최씨는 남편이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있는 것도 탈퇴 이유라고 밝혔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임의가입자 탈퇴보다 더 고약한 게 의무 대상자의 이탈이다. 개인사업이나 자영업을 하는 지역가입자 중 보험료를 내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지역가입자는 줄곧 감소하다 전업주부 가입 열풍에 힘입어 2010년 6월(352만8000명)부터 증가세로 반전했고 지난해 12월에는 390만3000명까지 늘었다. 그러다 1~2월에 380만6000명으로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6일 청문회에서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손해보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기초연금을 차등화하되 국민연금 유무와 연계하지 말고, 소득과 재산을 따지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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