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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순천시·승주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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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라동부의 행정 및 병마의 중심지였던 순천은 그 옛날 마한의 옛터. 음평(백제) 승평군(신라 경덕왕 21년) 승주군(이조 고종 32년)으로 시대의 흐름을 따라 각가지 이름으로 불려온 신흥농업도시.
동으로 백운산맥의 봉화산이 허리를 펴고 서북으로 마령산맥의 왼팔인 란봉·비봉·인제산 등이 가슴에 힌구름을 안고 솟아있다.
곡창으로도 알려진 순천에는 전남북을 총괄하는 철도국이 있어 동부 2시 7군의 교통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지금 경전선의 개통을 눈앞에 두고 부산과 광주 목포를 잇는 횡단동맥을 다듬는 망치소리가 가을하늘에 메아리지고 있다.
이 고장엔 그 옛날 남해를 메워 제주까지 육지로 만들고자 동북쪽에서 남쪽을 향해 걸어오던 삼산이 한 임부의 소스라치는 고함소리에 놀라 걸음을 멈추게 되어 그 분풀이로 10년마다 큰 재화를 가져온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인지 가까이는 녹순반란사건이 있었고 삽시간에 2백69명의 생령을 삼켜버린 62년의 8·28수재가 뒤따랐다. 그러나 지금은 이 삼산을 등에 업고 연간 2억5천여만원의 생산고를 올리는 오이·도마도 등 소채류가 매곡·덕련·남제·조예동 등지에서 가꾸어지고 있다. 한겨울에도 서울의 식탁에 오르는 소채류 중 일부는 바로 이 고장의 특산물. 따라서 이 고장에는 해마다 늘어나는 경작자와 생산품의 효율적인 처리를 위해 농산물가공공장이 멀지않아 세워진다.
그뿐 아니다. 연간 36만불의 외자를 벌어들이고 있는 우리 나라 최대규모의 한천공장을 비롯, 전분·제지 그리고 청주공장 등 많은 유수공장이 이 고장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 5월 상공부로부터 양송이「센터」로 지정된 순천 양송이재배공장은 올 가을부터 처녀수출을 하고 있다. 연향평야 50만평과 순천만 간척지 20만평의 부지에 농촌 소비보세가공공장이, 덕련동 5만평의 부지에 양업「센터」 등이 세워지는 날 순천은 농업도시에서 상공도시로 완전히 그 면모를 바꾸게 된다.
또한 80년대까지 인구 20만을 목표로 도시구획정리 5개년 계획을 세워 박차를 가하고 있는 순천시는 올해도 3천만원의 예산으로 역전평야 11만4천평에 방사형 택지조성을 착수하는 한편 9백90가구의 영세실업자를 이주, 정착시켜 연 25만여석의 징수를 꾀하고 순천만 간척공사를 69년까지 완공시킬 셈이다.
호남의 소 강남으로 이름높은 순천에는 그 옛날 많은 선비가 귀양왔다. 그 후손들은 지금도 선조의 낡은 문명을 내세워 양반을 자처해보는 측도 있다.
삼신산과 이수를 읊으며 귀양살이하다 사사한 무오사화의 일인 한선당 김광필 선생이 기거한 옥천 서원과 그가 심은 귀목나무 및 한선당과 조위를 추모 끝에 세워진 석비 임청대(이퇴계 선생의 휘호)는 이 고장의 유일한 유적이다. 또 선열의 입김이 서린 유적이 많은 것으로도 이름높다.
한편 총면적의 75.6%가 임야인 승주군은 전남도내의 산림시범군. 65년부터 산림녹화 5개년 계획을 세워 임야 1만4천6백20정보(총 임야 5만9천7백97정보)에 4천5백57만9천그루의 나무를 심어 우리 나라 유일의 푸른 산을 만들기 위해 거군적으로 녹화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해룡과 별량평야의 쌀은 호남제일로 손꼽히는 것. 더구나 저마·대마는 승주군의 특산물. 올해도 3천6백43만9천원의 총수익을 보았으나 농민들은 당국이 적극적이고도 효율적으로 판로개척 등 대책을 세워줄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그러나 농촌부흥에의 농민들의 부푼 꿈은 1천3백만원의 예산이 투입된 쌍락선(황전∼쌍암간=12.8킬로)이 연내로 개통됨으로써 실현될 것이다.
그 밖에 최근 여수정유공장의 수원을 군내 상사면에서 끌어들이기로 결정을 보아 승주군민들은 한결같이 도약의 꿈에 부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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