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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보다는 소니와 경쟁하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90분짜리 콘서트나 시상식 비디오 테이프를 3분짜리로 요약편집하는 일도 애플의 최신형 기종인 G4 칩이 장착된 신형 아이맥에서는 간단한 일이다.

iMovie로 여러분의 걸작비디오를 만들었다면, DVD로 구울 수도 있다. 물론 iDVD를 이용해서다. DVD 레코더는 최고급 1천8백달러(약 2백34만원)짜리 모델에 장착된다. 하지만 애플 컴퓨터와 평면모니터에 DVD 레코더를 장착한 델의 디멘션 8200모델(펜티엄4칩에 더 넓은 하드 드라이브도 장착돼 있다)과 애플 모델을 비교하긴 어려울 듯 하다.

델의 컴퓨터는 2천2백 달러(약 2백86만원) 정도의 가격에 마루나 책상위의 공간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PC는 맥보다 둔탁한 반면 호환성이라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잡스의 애플이 진정 가장 혁신적이고 편하고 사용하기 즐거운 컴퓨터일지라도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쓰는 크고 값싼 윈도 운영체제의 PC를 원한다.

애플 G4 큐브

예를 들어 2000년 7월에 출시됐던 사각얼음조각 모양을 한 큐브는 애플사에게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아무도, 심지어 맥에 충성하는 애호가들조차도 화려한 외양을 가진 최신형 기기를 채택한 큐브에 1천7백99 달러를 지불하려 하지 않았다. (모니터 별도) 아마도 무엇보다 큰 실수가 가격정책이었는지도 모른다.

애플의 매출총이익(gross profit margins - 매출액에서 제작비와 마케팅비용을 제한 값)은 잡스가 부임한 이래 최저로 떨어졌다. 하지만 신형 아이맥의 경우 애플은 정말 가격을 낮췄다. 이는 애플이 다른 대부분의 PC 부품들을 하청업체에게서 사오는 일반 PC 경쟁업체들과는 달리 본체안의 대부분의 부품을 자체 제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가장 저가형 아이맥도 1천2백99달러(약 1백69만원)로 PC 세계에 많은 개종자들을 끌어들이기엔 너무 비싸다. IDC의 애플담당 분석가인 알 길런은 "어떤 특정상품의 발표로 애플의 시장위치에 즉각적인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길런의 시각으로 볼 때 비록 그가 신형 아이맥을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데스크탑 컴퓨터 시장의 경쟁은 오래전에 윈도-인텔 연합군의 승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애플의 운영체제도 도움이 안된다. 길런은 사실 애플 운영체제는 시장에서의 입지를 꾸준히 잃어왔다며 2000년 애플 OS의 시장점유율이 3.6%에 그쳤다고 말한다. 게다가 IDC는 2001년 이런 수치가 더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 운영체제는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을 더욱 확대했다.

몇몇 분석가들은 혁신은 잊어버리라고 애플에 충고한다. 스티브 잡스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암흑세계를 받아들이고 윈도-인텔이 지배하는 세상과 다리를 놓는 것이라고 길런은 말한다. "어떤 제품이 더 나은지는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어떤 세상에서 일하길 원하는 지가 중요하다" 말하자면 직장에서 윈도를 사용한다면 집에서도 윈도를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애플사는 모든 아이맥에 멋지고 창의력 넘치는 응용 프로그램들을 패키지로 제공하기보다는 필요할 경우 사용자들이 PC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도록 윈도 에뮬레이터를 제공해야 한다고 비평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컴퓨터에서도 작동되도록 설계된 인터넷은 애플 컴퓨터가 다른 모든 사람들의 컴퓨터에 비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또한 대부분의 컴퓨터 프로그램이 윈도용으로 먼저 출시된 후 맥용이 출시되지만(드물긴 하다) 무엇이 먼저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등 대부분의 필수적인 프로그램은 맥에서도 사용가능하다.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게임큐브, X박스, 플레이스테이션2 등 컴퓨터가 아닌 게임기기에서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칼 하우(Carl Howe)는 인터넷이 애플로 하여금 플랫폼 전쟁에서 앞서 나가는 것을 도와줬다고 믿는다. 그는 애플이 북미지역의 거대회사중 가장 높은 만족도와 구매력지수를 보였다는 포레스터 리서치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애플이 시장점유율을 2배로 늘리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애플을 소유하기 위해 들이는 프리미엄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지만)은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가격은 구매자들의 마지막 고려요소다. 차별화할 아무런 요소가 없을 때 선택하는 것이 가격이다. 만약 가격이 고려해야 할 유일한 요소였다면 미국인들 모두가 현대차를 타고 다녔을 것이다"라고 하우는 주장한다. 잡스가 지적하는대로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자동차 시장에서 비슷한 틈새시장을 점유하고 있지만 아무도 이들을 가볍게 보지 못한다.

잡스는 들리는 것처럼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시장에 혁신을 갖고 올 때마다 우리 소비자들은 이에 강하게 반응한다"고 말한다. "PC 사용자 95명중 5명만 끌어들이더라도 애플사의 시장점유율은 2배로 늘어날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애플사도 더 여유를 갖게 될 것이다.

과거 아이맥은 애플 진영에 개종자들을 몰고 왔었다. 만약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된다면 살아남은 애플이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 외에도 컴퓨터 산업의 침체로 애플이 업계 4강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잡스는 믿는다.

다른 3대 업체는? 컴팩 혹은 컴팩/휴렛팩커드, 델, 소니다. 이중 잡스가 가장 공격적인 경쟁상대로 삼는 업체는 소니다. 소니는 멋진 컴퓨터를 만드는 것 외에도 ("소니는 우리를 미친듯이 베낀다!") 수많은 디지털라이프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MP3 플레이어 아이포드는 1천곡이 넘는 노래를 저장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또다른 제품 영역에서 경쟁하기 보다는 소니와 경쟁하고 싶다"고 잡스는 밝힌다. 소니는 자사제품의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는 다른 회사들에게 의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애플사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운영체제를 모두 만들어내는 유일한 회사다. 애플은 사용자의 제품이용에 전적으로 책임을 진다. 애플은 다른 업체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

애플의 감각적인 MP3 플레이어로 최근 가전제품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iPod가 그 예다. 잡스는 애플이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2001년 4분기에만 5천만달러어치의 제품을 팔았다고 지적한다. 담뱃갑 크기만한 이 MP3 플레이어는 너무 인기가 있어서 단지 iPod를 사용하기 위해 처음으로 맥 컴퓨터를 사러 애플 매장을 찾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애플은 지난해 매장을 처음 개설했다. 잡스는 물론, 마지막 순간에 매장의 디자인을 다시 설계했다)

다른 비(非)컴퓨터 기기들도 출시될까? 잡스는 애플이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분야"의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며 "몇가지 계획이 있다"고 밝힌다. 예를 든다면? 잡스는 의자를 뒤로 제끼며 미소를 짓고 언급을 회피한다. 분명, 잡스는 이미 뭔가 새로운 것을 작업중이다. 그리고 그것이 애플이 만든 것 중 최상의 것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 취재도움 : 레베카 윈터스 (Rebecca Win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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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MS보다는 소니와 경쟁하고 싶다"

조시 키트너 (Josh Quittner)
자료제공 : CNN 한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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