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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 불바다 협박하는데, 외교안보 리더십은 실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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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 대통령·아베, 북핵 긴밀 공조 합의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통화했다. 두 정상은 북한 핵 문제 등에 긴밀히 공조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청와대 김행 대변인이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또 “양국관계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과거사 문제를 미래 세대에 넘겨주지 않도록 정치 지도자들이 결단해 미래지향적 관계를 만들어가자”고 했고, 아베 총리는 “양국 간 솔직한 의견 교환을 토대로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켜나가자”고 답했다. [사진 청와대]

북한이 핵무기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협박한 6일. 새 정부의 안보 컨트롤 타워인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 불참하는 등 공식적인 활동을 하지 못한 채 막후에서만 움직였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엔 청와대에 국가안보실을 설치하도록 했지만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종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앉아 있었다. 김병관 국방·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자기 부처로 출근하지 못한 채 임시 사무실에서 제한적인 상황보고를 받는 데 그쳤다.

 이명박 정부 각료이면서도 아직 퇴임하지 못한 김성환 외교부 장관과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부처에 출근했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청와대 측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긴밀하게 국방부와 협조하고 있다”며 “김장수 내정자가 업무를 조정하고 있고, 김병관 후보자와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SC는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국무총리와 외교·통일·국방부 장관 및 국가정보원장 등이 위원인 외교안보의 컨트롤 타워다. 김장수 내정자는 간사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과 정홍원 국무총리 외엔 아직까지 임명장도 받지 못한 상황이다. 북한의 위협으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NSC 공식 회의를 열어 멤버 간 유기적 움직임을 보이지 못한 것은 물론 아직은 무자격자인 김 내정자가 비공식으로 업무를 보면서 하루 동안 파행 운영된 셈이다.

 NSC 멤버 중 윤병세 후보자는 지난달 28일 청문회를 끝내 박 대통령이 임명장을 주면 장관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아직 그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야당을 압박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윤 후보자뿐 아니라 청문회를 마친 장관 후보자 9명에 대한 임명을 전부 미루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이 와중에 방송 문제로 힘겨루기에 골몰했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세 가지 전제조건을 앞세우며 타협안을 제시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을 개정해 KBS·MBC 등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할 때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는 ‘특별정족수’ 도입 ▶지난해 언론사 파업 사태에 대한 청문회 개최 ▶MBC 김재철 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와 사장직 사퇴 촉구 등이다. 그는 이 세 가지 요구를 새누리당이 받아들이면 그간 강하게 반대해온 IPTV(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한 양방향 TV) 업무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은 물론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관련한 업무 이관에도 동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일축했다.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정부조직 개편과 아무 상관없는 사안을 들고나와 당리당략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김행 대변인도 “방송사 인사 문제는 미래부 출범과는 관계없는 문제”라고 잘랐다. 또 다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야당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걸 자인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제안이 수용되진 않았지만 꽉 막힌 협상의 물꼬를 트는 계기는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야당이 후퇴할 수 있는 명분을 주기 위해 새누리당이 방송 관련 입법을 손질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에서도 대치 정국을 빨리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몽준 의원은 진영 복지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청문회가 열리게 돼 유감스럽다”며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민과 야당에 설명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각오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태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나 국회가 새로운 정치 환경에 대한 현실 인식이 부족해 새 정치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하·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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