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영화 '아프리카' 귀여운 네 여인의 반란 그려

중앙일보

입력

오해를 막는다는 차원에서 제목부터 설명하자면 영화 '아프리카'(신승수 감독) 는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 관한 작품이 아니다. 영어로 '네 명의 혁명적인 우상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Adoring Four Revolutionary Idols in Korea Area) 이란 '수상한' 문구의 앞 글자를 딴 조어다.

그리고 혁명.우상.모임이란 단어에 영화의 모든 게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성세대로부터의 혁명,젊은이들이 숭배하는 우상, 그리고 인터넷 모임 등 신세대의 문화 지형도를 압축했다. 주인공 네 명 모두가 젊은 여성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표어 혹은 포스터 수준에 그치고 만다.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구조에 대한 신세대 여성 4인방의 자유선언에 만족하는 것. 여성의 정체성 찾기 같은 진지한 작품이 아니라 순간 순간의 웃음과 울음에 초점을 맞춘 오락영화라는 점을 감안해도 석연찮은 부분이 많다.

영화는 로드무비 형식을 따른다.과감한 성격의 여대생 지원(이요원) 과 배우를 지망하는 소현(김민선) 이 동해로 여행을 떠났다가 우연히 경찰과 조폭이 분실한 권총 두 자루를 습득한다.

길에서 만난 남성들의 성적 위협에 방아쇠를 당긴 그들. 경찰의 포위망을 피해다니던 그들에게 다방 아가씨 영미(조은지) 와 양품점 주인 진아(이영진) 가 합세한다.

이후 영화는 이들 4인방이 강릉부터 동해안을 따라 부산까지 내려가며 벌이는 신출귀몰한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을 숭배하는 인터넷 모임이 생기고 모방범죄도 극성을 부린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선 잃어버린 권총을 되찾으려는 경찰과 조폭의 코미디가 펼쳐진다.

'아프리카'의 취약점은 나열형이라는 것. 출신이 각기 다른 여성 네 명간의 갈등을 건드리고, 겉멋에만 빠진 남성들의 허위의식 실컷 비웃지만 작품 전체를 지탱하는 중심축이 결여된 느낌이다.

무거운 것을 기피하는 신세대들의 단면을 드러낸 것으로 보이나 그래도 뭔가 봉합점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남녀를 두부 자르듯 갈라놓은 것도 설득력을 반감시킨다. 15세 관람가. 11일 개봉.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