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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 세상] 저고리만 바꿔도 세련된 설빔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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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누가 한복 입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한복 수요는 여전히 많다. 돌상 앞에서의 사진 한컷을 위해 입는 돌복에서부터 새색시 다홍치마를 거쳐 자녀 출가시킬 때 입는 점잖은 한복까지 중요한 순간에는 항상 한복이 함께 한다.

결혼한 사람이라면 남녀 불문하고 한복 한벌쯤은 모두 갖고 있는데 왜 명절에도 한복을 꺼내입는 사람이 드문 것일까.

바로 여기에 여자들의 고민이 있다. 장롱 안에 한복이 있으니 새로 해입기는 아깝고, 그렇다고 꺼내 입자니 유행에 뒤져 꺼려지기 때문이다.

한복 전문가들은 "한복을 꼭 한벌로 맞추지 않고 저고리나 치마만 바꿔도 완전히 새옷 느낌을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양장의 믹스(Mix)&매치(Match)를 한복에 한번 응용해보라는 충고다.

◇다양한 배색이 가능한 한복=한복만큼 색을 과감하게 쓸 수 있는 옷도 드물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결혼할 땐 연두 저고리에 다홍치마, 아들을 결혼시킬 때는 옥색 치마저고리 등으로 정해진 색만 고집해온 사람이 많았다. 그렇다보니 이런 특별한 날 이외엔 꺼내 입기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서울 청담동 '박술녀 한복'의 박술녀 대표는 "고정관념을 깨는 발상이 한복에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결혼할 때 맞춘 연두 저고리에 남색 치마를 입으면 새댁 느낌과는 완전히 다른 세련된 감각을 연출할 수 있다.

박대표는 또 "어머니들이 친지 혼사 때 한복을 곱게 차려입으려다가도 혼사 치르는 사람처럼 보일까봐 꺼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녀 혼사 때 입었던 옥색 치마저고리가 한벌 있다면 저고리를 노란빛으로 하든지 아니면 와인색같은 짙은 색 치마를 맞추면 이런 걱정을 피해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복 믹스.매치의 원칙=저고리와 치마의 색상은 대조적인 게 좋다. 저고리가 옅은 색이면 치마는 조금 짙은 색, 거꾸로 저고리가 화려하면 치마는 차분하게 가는 식이다.

다만 소재는 일치시켜야 한다. 사(紗.얇은 비단)면 사, 단(緞.두꺼운 비단)이면 단으로 맞춘다. 이때 옷감의 문양은 무시해도 된다. 저고리나 치마 하나에만 문양이 있거나, 혹은 문양이 서로 달라도 두드러지지만 않으면 상관없다.

이런 작은 원칙들을 뛰어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 있다. 처음 한복을 맞출 때 가장 단아한 디자인을 고르라는 것이다.

그때 그때의 유행에 따라 금박.자수 등을 화려하게 집어넣은 한복을 맞추면 나중에 믹스.매치하기가 쉽지 않다. 금박.자수 없이 민짜로 입다가 나중에 금박만 넣어도 색다른 느낌을 살릴 수 있다.

◇기성복 활용도 한 방법=기성복을 활용하는 것도 한복 믹스.매치의 한 방법이다. '한복은 맞춤'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한복 기성복 브랜드 '비단골무'(www.golmoo.com)가 최근 서울 이대 앞에 문을 열었다.

과거 몇몇 업체가 한복의 기성복화를 시도한 적이 있지만 모두 오래 못가 문을 닫았다. 하지만 이 회사 길기태 대표는 "기성 한복이 시대의 흐름인 만큼 자신있다"고 말한다.

그는 "기성 한복은 저고리와 치마를 따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단품으로 구입해 기존에 있는 한복과 코디해서 입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단품을 구입해 자유자재로 짝을 맞추어 입으면 한복을 더 자주 입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 유행하는 한복=큰일 치를 때나 한번씩 입는 한복이지만 한복에도 분명히 유행이 있다. 요즘 유행은 동정이 두꺼워졌다는 게 가장 큰 특징. 저고리 길이도 가슴 아래선까지 길어졌다. 반면 배래선은 활동성을 높이기 위해 거의 일자에 가깝게 좁아지는 추세다.

안혜리 기자 <hyeree@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사진 설명 전문>
한복연구가 박술녀씨가 한 손님에게 오래된 한복을 활용해 전혀 새로운 기분으로 입을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박씨는 남편과 아들이 있다는 의미로 다는 자주고름과 남색끝동 달린 저고리 대신 화사한 노란색 저고리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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