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의 더그아웃-호주(상)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안녕하세요, 새내기 캐스터 박상욱입니다!

어제는 태어나 처음이었던 일본과 브라질 경기의 라이브 중계를 앞두고, 박찬 캐스터와 이광권 해설위원이 중계를 맡은 호주와 대만의 대회 개막전 중계를 보기위해 일찌감치 회사에 나왔습니다. 이 위원님과는 이 날 일본 대 브라질의 경기도 저와 함께 중계하실 것이어서 먼저, 중계하는 모습을 보고, 들어보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중계방송을 컨트롤하는 부조종실에서 숨막히는 긴장의 연속을 바라보며, “이제 정말 시작이구나”하는 생각이 비로서 들더군요…

왜 이리도 선수명단이 늦냐는 걱정, 방송시작 직전이 되어서야 나온 양팀의 라인업, 바쁘게 뛰어다니며 선발명단을 돌리는 사람들, 방송 30초전, … 10초전, … 5, 4, 3, 2, 1, 타이틀 스타트!

제 경기도 아니었지만, ‘괜히 들어갔어ㅠ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흥분되어 한동안 발만 동동 구르고, ‘어디론가 도망치고싶다…’ ‘눈 한번 질끈 감았다가 뜨면 내일이었으면 좋겠다…’ 등등의 별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일본과 브라질의 경기는 점점 다가오고… 중계를 앞두고는 1시간사이 화장실만 10번도 넘게 들락날락, 안절부절 못하며 “어떡하지?”라는 말만 계속했는데, 함께 호흡을 맞춘 이광권 해설위원님의 격려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제 귀로 들려오는

방송 10초전! … 5, 4, 3, 2, 1, 타이틀 스타트!

심장이 터질듯이 쿵쾅거리고, 제 눈은 어디를 향하는지, 무슨 말을 입 밖으로 꺼내고 있는지, 저 스스로도 모를지경이었습니다.
그렇게 경기는 시작되고, 브라질 선수들에 대한 정보가 넉넉하지 않았기에, 어떤 이야기들을 꺼내며 9회까지 중계를 해야 할지 걱정이었지만, 역시 공은 괜히 둥근 것이 아니었네요.

결과야 일본의 5 : 3 승리였지만, 7회까지 양팀이 엎치락뒤치락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는 흥미진진한 경기양상을 보였었고, 심지어 브라질이 먼저 선취점을 올리며 일본이 끌려가는듯한 인상을 보였기에 중계하는 입장으로서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펼치기 좋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닝이 마무리될 때마다, 브라질에 대한 놀라움과 우리나라 경기에 대한 궁금함에 스튜디오는 수다꽃이 활짝폈었죠.

그런데 경기를 마치고, 저의 첫 데뷔를 도와주신 이광권 해설위원님과 함께한 중계내용에 대해선 한마디도 나눠보지 못하고, 당시 한창 진행 중이었던 한국 대 네덜란드의 경기에 넋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선수들! 잘 해낼거라 믿습니다. 2회 대회를 앞두고도 전력 약화에 대한 우려에 가득찬 소리를 듣고, 숙적 일본과의 경기에서 콜드게임 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고도 엄청난 저력과, 또 값진 결과를 얻지 않았습니까? 앞으로 펼쳐질 호주, 그리고 대만과의 경기에서 온 국민을 뜨겁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리가 내일(4일) 마주치게될 호주는 대회 첫날 대만과의 경기에서 1 : 4로 패했습니다. 두 나라와의 경기를 앞둔 우리로서는 이 경기가 앞으로의 경기 준비에 좋은 자료가 되었을텐데, 비록 대만과의 경기에서 패한 호주지만, 그 경기에서 눈에 띄는 선수는 분명 있었습니다.
바로, 호주의 유일한 득점인 1점의 주인공, 호주의 4번타자 스테판 웰치입니다.

마이너리그 통산 576 경기를 소화한 그는 560 안타, 49홈런, 281타점을 기록했습니다. 또, 지난 2012 시즌 더블A와 싱글A에서 2할 6푼 6리의 타율을 기록했는데,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며 그의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파이어리츠도 그의 대표팀 합류소식을 전하며 선전을 기원했는데요, 웰치는 보란듯이 대만의 투수 양 야우쉰의 몸쪽공을 잘 받아쳐 355피트(108.2m) 짜리 홈런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호주팀의 유일한 득점이었던 1점을 솔로포로 쏘아 올린 웰치입니다만, 그도 경기 전체를 놓고 봤을때는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팀의 4번타자로 출전한 그는 솔로홈런 전까지의 타석에선 무력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 경기를 통해 우리 대표팀이 충분히 웰치에 대한 대비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이제 시작입니다. 첫 경기에서 공수 모두에서 아쉬운 장면들이 연출되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남은 호주와의 경기에서, 그리고 다음날 이어지는 대만과의 경기에서 분명 막강한 면모를 보일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제 잠시 후면 네덜란드와 대만의 경기가 펼쳐지고, 저는 중국과 일본의 A조 경기 중계에 들어갑니다. 대만이 네덜란드를 상대로도 어제와 같은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을지… 그리고, 어제 일본을 상대로 선전한 브라질과 마찬가지로 중국이 또 어떤 의외의 즐거운 경기를 만들어나갈지 기대해보는 가운데, 우리 선수들! 오늘 하루 절치부심의 시간, 회복의 시간, 그리고 파이팅을 끌어올리는 시간을 만들기 바랍니다.

대한민국 파이팅!! 지금까지, 새내기 캐스터 박상욱이었습니다.

[관계기사]

▶ '고개 들라, 잊어라'…2009년처럼 승리 온다
▶ 최악의 상황…한국, 자력진출 경우의 수 따져보니
▶ 브라질 얕보다가 혼쭐난 일본·쿠바
▶ 대만, 오렌지 돌풍 잠재우다…네덜란드전 8-3승
▶ 日언론 "WBC 통산 승률 1위 한국, 탈락 위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