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漢字, 세상을 말하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12호 27면

까치는 예부터 우리 민족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새다. 신라의 4대 임금 석탈해(昔脫解)의 탄생 신화에도 등장한다. 석탈해를 담은 궤짝이 바다의 파도에 떠밀려 올 때 까치가 울며 따라왔다고 한다. 이에 그의 성(姓)을 까치 작(鵲)에서 새 조(鳥)를 떼어 석(昔)으로 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까치는 귀한 손님의 도래를 알리는 새로 여겨진다. 작보(鵲報)는 까치가 기쁜 또는 좋은 소식을 전한다는 뜻이다.

鵲<작>

까치는 희작(喜鵲)으로도 불린다. 칠월칠석날 견우와 직녀의 만남 또한 까치가 오작교(烏鵲橋)를 놓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는 일 아닌가. 까치는 보통 인가 부근의 키 큰 나무에 나뭇가지 등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둥지를 만든다. 구점작소(鳩占鵲巢)는 비둘기(鳩)가 까치(鵲)의 집(巢)을 차지한다는 말이다. 다른 사람의 물건이나 업적을 강제로 빼앗는 것을 뜻하기도 하고, 또 과거 독립적인 생활 능력을 갖지 못한 여자가 결혼하여 남편의 집으로 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비둘기가 신부, 그리고 신랑의 집은 까치집(鵲巢)으로 묘사된다. 작소구점(鵲巢鳩占)이나 구거작소(鳩居鵲巢), 구탈작소(鳩奪鵲巢) 등도 모두 같은 말이다.

서기 208년 조조(曹操)가 적벽대전(赤壁大戰)을 앞두고 양자강(揚子江)을 바라보며 지은 단가행(短歌行)의 한 대목에 등장하는 까치에게선 외로움이 묻어난다. ‘달은 밝고 별은 드문데(月明星稀) 까막까치는 남으로 날아가는구나(烏鵲南飛) 나무를 서너 차례 맴돈들(繞樹三匝) 의지할 가지가 없구나(何枝可依)’.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취임식에서 까치밥을 거론했다. ‘우리 조상은 늦가을에 감을 따면서 까치밥으로 몇 개의 감을 남겨두는 배려의 마음을 가지고 살았습니다’라는 대목이다. 어려운 시절 콩 한 쪽도 나눠먹고 산, 즉 더불어 사는 지혜를 말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씨앗을 심어도 하나가 아닌 셋을 심었다고 한다. 하나는 하늘(새)이, 다른 하나는 땅(벌레)이,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내가 먹겠다는 뜻에서였다. 까치밥을 남겨 두는 것도 같은 이치다.

이는 약자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지 않는 배려다. 골목길 빵집까지 파고들 정도로 물불 가리지 않는 대기업들이 부디 이 까치밥 정신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