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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보호의 선결 문제|김상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금년의 문화재 애호기간은 국보·보물이 연달아 인위적 파괴를 겪고 있는 일대 충격적 사태 아래 맞이했다. 수천·수백년 동안 고이 간직돼 온 우리의 문화재는 이제 수난의 도를 넘어 파멸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신문보도에 의하면 문화재 도굴배는 약1천명을 헤아리고, 그들은 삽·뿔괭이·「재키」내지 전파탐지기 등 과학기구를 사용하여 고분·유지·석탑을 무자비하게 파헤치고 거꾸러뜨릴 뿐 아니라 심지어 속이 붐비는 거찰에까지 몰려들고 있다.
이처럼 문화재 보호에 적신호가 오르게 된 오늘에 있어 우리는 다만 경악과 분한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그의 수습·선후 책에 대하여 심각하고 철저한 재검토가 요망된다. 현재의 기구와 시책에 결함이 있으면 그것을 조속히 시정하여야 할 단계에 이른 것이다.
시책면에 있어 우리가 평소부터 제창도 하고 주장도 해 온 조건 가운데에는 문화재 수호에 관한 요원의 증강, 보수 및 구입을 위한 재원의 확보, 보관 및 소유자의 관리 철저, 파괴와 도난 방지에 관한 경찰력의 동원, 범법자의 엄벌 등을 들 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책을 완수하는 데는 무엇보다도 문화재 행정에 관한 기구 개편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문화재 관리기구가 현재와 같이 문교부에 의한 외국으로서는 전기한 바와 같은 시책이 완수되기 어려운 실정에 놓여 있는 터이다.
문화재의 관리 업무를 명실이 상부하게 시행키 위하여서는 독립적인 청으로 개편해야 한다. 그래서 상근위원제를 세워 사계의 학적 조예와 행정적 역량이 있는 유능한 전문가들로 하여금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를 통하여 모든 계획을 세우게 하는 한편, 내적으로는 해청의 각국 과에서 그 계획들을 행정 면에 실현시키고 외적으로는 문교·내무·재무·농림·건설·교통·공보 등 관계 각 부처와 횡적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제도상의 해결이 없이는 소기의 실적을 거둘 수 없을 것이며, 앞에서 든 시책의 여러 가지 조건도 쉽사리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기구 문제와 아울러 평소부터 우리가 염원하는 바는 문화재 애호에 관한 국민적 자각인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입증해 주는 문화재를 우리에게 물려주듯이 우리도 그것을 고이 간직하여 자손에게 넘겨줘야 할 책무를 지고 있는 것이다.
문화재의 수난기에 즈음하여 우리는 가일층 문화 국민으로서의 긍지와 도의감을 드높여 저 민족문화를 좀먹고 있는 도굴·간상배로 하여금 하루속히 그 무지 몰각으로부터 깨어나고 망국적 죄악에서 벗어나도록 우리 국민 각자의 비상한 노력이 요청되는 터이다. 이러한 국민적 노력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선행적이며 기본적인 일인 것이다. <문박·문화재위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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