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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전람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10일 시작된 제12회 전국과학전람회는 우선 제집에서 잔치를 열게됐다는 점에서 축하함직도하다. 심사위원과 관계자들은 마치 녹음이라도 틀어놓은 듯 『전보다 나아졌습니다. 특히 정부의 경제개발계획에 호응하여 당장 이용할 수 있는 작품이 많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해마다 나아졌다는 것쯤이야 당연한 일이니 과연 나아져야할만큼 나아졌느냐가 문제겠다. 이번 과학전의 달라진 것은 무엇이고 여전한 것은 무엇들일까?

<달라진 점>
①보기 좋은 전시가 됐다〓쓸데없는 장황한 설명이 천장에서 발끝까지 덮여있던 지금까지의 과학전이 훨씬 보기 좋게 바뀌었다. 한 작품이 차지한 면적이 훨씬 좁아졌고 전시도 눈높이에서 과히 높지 않게 돼있어 피로를 덜하게 한다. 그러나 아직 좀더 과감한 개혁이 필요할 것 같다. 그밖에 명목상 아직 어린 여학생들이 최고상을 받게 됐다는 점, 물상과 생물이 번갈아 나눠 갖듯하던 최고상이 작년에 이어 다시 생물쪽 차지가 됐다는 것 등이 다르다면 다른 일들이다.
②향토 개발부가 새로 생겼다〓학생·일반만으로 나누던 것을 향토 개발부를 새로 두었다. 그 결과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지만 생물분야의 조사 보고가 더 압도적으로 많아지게끔 작품 경향을 바꿔 주었다.
③장소가 달라졌다〓내년까지 5층짜리 건물을 짓게될 과학관은 이미 세워진 1층에서 과학전을 열고 있다. 지금까지 경북궁 미술관에서 열던 것을 좁기는 하지만 제집에서 열게 된 건 축하할만한 일이다.
비록 짓다만 건물이라 곳에 따라선 솟아있는 철선이 발부리를 부딪곤 하지만―.
④시일이 한달 늦어졌다〓9월에 있을 예정이 한달 연기 10월10일부터 31일까지 열리게 된 것은 심사위원 대부분이 8월말부터 11차 태평양과학회의(동경)에 참가했기 때문.
⑤상금이 올랐다〓최고상인 대통령상의 상금은 2배로 올라 20만원, 그밖에 9천원짜리 금 「메달」이 주어진다. 그리고 자유 중국과의 1위 교환 계획에 따라 수상자가 중국 과학전에 참가할 수 있게 된다. 특상 수상 학생과 교사는 진학과 전근에 특전이 따르고.

<여전한 것은>
변화가 없다는 것은 결국 퇴보를 뜻하는 수가 많다. 결국은 뒷걸음질을 뜻하는 이들 맹점은―
①점수를 배당해준 출품〓각도별로 예선을 하게 돼 있는 과학전은 본선에 앞서 도별 점수 「쿼터」가 있다. 도에서는 과거의 실적에 따라 교사들에게 작품 제작을 명령(?)하고 이렇게 선발된 교사는 여름 한철은 수업도 그만두다 시피 하여 작품을 만들기 마련이다. 금년도 전국 출품은 1만9백99점, 그 중 입선작은 2백28점이다. 작품의 모집 방법이 같으니 숫자도 매년 같을 수밖에.
②경비도 안 되는 상금〓상금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특상이라도 받기 전에는 완전히 적자다. 우량상 2만원은 주나 마나고 노력 상은 종이 쪽지밖에 주는 게 없다. 똑같은 문교부 주최 행사인 미술 국전에는 대통령상 수상자에게 「파리」유학을 시켜주건만 과학국전엔 20만원뿐이다. 미술전엔 2백40만원의 예산을 들이는 정부가 과학전엔 그 반밖에 안되는 1백30만원의 예산을 주고 있다.
③「교사·학생전」이란 별명도 여전하다〓예년과 똑같이 초·중·고교의 교사와 학생만이 출품했고 또 상을 받았다. 대학생이나 일반인은 거의 없다. 이름만은 학생이지만 실제로는 거의 다 교사의 것이라는 것도 똑같은 경향이고.
④형편없는 「권위」〓똑같은 국전이 언제부터인지 미전만이 국전이고 과학전은 훨씬 급이 낮은 것으로 일반에게 알려져 있다. 그 책임은 「매스콤」에도 일부 돌아가야 한다. 예술에 대해서는 지면을 아끼지 않는 언론 기관이 과학을 외면해 온 것은 분명한 잘못이다. 현실적으로 과학전이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그 많은 결함을 가지고도 이 과학전은 한국의 최고 수준을 표시하는 국전임을 명심하고 각성해야 마땅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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