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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대 악단의 지표|「바이얼린」의 대가 「루지에로·리치」|본사초청 11일 시민회관에서 공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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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연주계는 최근 절대기교우선의 「장르」를 내세워 「유럽」 악단에까지 파급시키고 있다.
우선 기교가 완성되면 음악성이나 곡해석의 타당성은 자연히 수반된다는 것이 그들의 지론이다. 이번 내한하는 미국의 「바이얼리니스트」「루지에로·리치」도 전형적인 기교파이며 기교면으로는 「하이페츠」나 「아이자크·스턴」보다 위가되는데 그 증거로는 「파카니니」의 별세후 「파카니니」이외의 사람으로서는 절대로 원악보대로의 연주가 전혀 불가능하였던 「기상곡」을 한음도 틀리지않고 연주해보였기 때문이다. 20세기 후반을 장식하는 소장급 미국 「바이얼리니스트」로는 「엘리자베드」 여왕 「콩쿠르」에 1위한 「제임즈·라러드」, 제4회 「비니아프스키·콩쿠르」에 1위한 「찰즈·트레거」「보스턴·심포니」의 「콘서트·마스터」와 「조셉·실비스타인」「데이·드아벨」「라빈」「트루스트·존슨」「프랜시스·포티어」를 손꼽을 수 있으나 기교면에서는 「리치」를 아직 따르기 힘들다.
「뉴요크」의 「월드·텔리그램·앤드·선」지의 음악평론가 「루이스·비안콜리」는 「리치」를 가리켜 「궁(활)의 귀족」이라고 할만큼 「리치」의 연주는 우아한 멋을 지녔고 다만 「베토벤」협주곡같은데서도 다소 조형성이 아쉽다지만 이것은 기교파로서 줄달음질치는 「리치」의 당연한 숙명인 것이다. 「레코드」도 많이 알려졌지만 「파카니니」의 협주곡 제1번에서도 「파카니니」의 특유한 2중 「프라지오레토」나 「스피카토」의 지난한기교를 아름다운 음색으로 마음껏 자랑하는데 비해 「메뉴힌」은 기교의 파탄을 보여 표현의 산만이 오고 말았다. 46년 제대직후 첫 번째 「리사이틀」이 모두 무반주곡으로 꾸며진 이야기를 입증하는 제1부의 「레퍼터리」도 관심이 크지만 2부에 연주될 「브람스」의 협주곡은 교향적 협주곡이라는 별칭도 있지만 종래의 「바이얼린」협주곡과 전혀 다른 「브람스」협주곡의 특성을 「리치」의 감각미와 기계미가 기교의 극치로 어떻게 부각시켜가느냐에 흥미가 쏠린다.
더우기 「한스릭」은 「하이페츠」가 이협주곡의 마지막장을 기교로 극복한데 대해서 「스마트」한 상쾌미라고 절찬했기에 이미 기교도 「하이페츠」를 넘어선 「리치」가 이루는 명료성과 아름다운 표정은 기대히도 좋다.
(유한철·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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