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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준다" 30대男, 북파공작원 훈련 50개월후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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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미도’처럼 북파공작원들은 최근까지도 가혹한 훈련을 받다가 버려지거나 죽음을 맞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헤럴드경제가 보도했다.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이같은 실상은 훈련 때문에 정신분열증을 앓게 됐는데도 ‘공무수행 중 상이’ 인정을 받지 못한 전 북파공작원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28일 수원지법에 따르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김모(36)씨는 모병관으로부터 50개월 근무를 마치면 1억원 이상 돈을 주고, 제대하면 국가기관에서 일하게 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1997년 4월 특수임무요원으로 입대했다.

김씨는 강원도의 한 시설로 옮겨져 부대 배치 전까지 동료 24명과 함께 매일 12㎞ 달리기, 특수무술, 잠복호 구축, 수류탄 투척, 사격, M18A1 클레이모어(크레모아) 폭파, 공수훈련 등을 받았다.

입대 한달 뒤 김씨는 훈련을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교관이 던진 대형 망치를 피했다가 옆에 있던 동료가 대신 맞고 쓰러지는 것을 본 뒤부터 공포에 떨었다.

100일간 끔찍했던 훈련이 끝나고 1997년 7월 부대에 배치된 김씨는 더 큰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침투, 첩보·요인납치를 위한 모스부호 수신, 휴전선 침투 훈련, 공수강하훈련, 투검, 해상수영 등의 훈련을 맡은 선배들은 김씨와 동료들을 야구방망이로 매일 구타했다.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게 한 뒤 모스부호 송수신이 틀릴 때마다 물을 채워 넣기도 했고, 한겨울에는 수시로 부대 앞 계곡 얼음물에 김씨와 동료들을 밀어넣고 3시간 동안 버티게 해 동료 1명이 숨지기도 했다.

또 훈련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김씨 후배를 투검훈련용 표적 옆 나무에 묶어두거나 목만 내놓고 땅에 파묻은 채 1주일을 내버려두고 욕조에서 물고문을 반복해 숨지게 했다.

결국 김씨는 점점 알아들을 수 없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거나 이유 없이 불안해하는 등 이상증세를 보였다. 50개월 군생활을 마친 2001년부터 정신분열증 증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 아직까지 직업도 구하지 못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이에 김씨는 수원보훈지청을 상대로 국가유공자등록신청을 했지만 정신분열증이 공무수행중 상이로 인정되지 않아 2011년 12월 등급 기준미달 판정을 받자 지난해 국가유공자 요건 비해당 결정취소 소송을 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입대 전까지 증세가 없었고 가족 중 병력을 가진 사람이 없는 점, 견디기 힘들 정도의 정신적 충격을 받을 만한 사건을 겪은 점 등에 비춰보면 원고의 정신질환은 군복무 과정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김씨 변호인은 “북파공작원의 공무관련 상이에 대해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보훈청 의결 내용을 뒤집은 첫 판결”이라며 “사건을 맡고 알게 된 김씨처럼 고통받고 있는 북파공작원들이 국가의 도움을 받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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