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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야구] 호시노의 한신, 어디까지 갈까

중앙일보

입력

65년의 역사를 거쳐온 일본 프로야구에서 안티 요미우리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누구일까? 아마 대다수의 팬들은 가네다 마사이치, 무라야마 미노루, 그리고 호시노 센이치, 이 3인방을 꼽을 것이다.

일본 프로야구 역대 최다승(400승) 투수인 가네다는 고쿠데쓰(야쿠르트의 전신)시절이던 50년대, 거인 킬러로서 명성을 떨쳤고, 양리그 분리후 지금까지 유일한 0점대 방어율 투수(70년, 0.98)로 남아있는 무라야마(한신)는 60년대 안티 요미우리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기억된다. 그리고 70년대에 들어와선 74년 요미우리의 V10을 저지시킨 호시노(주니치)가 그 명맥을 이어받았다.

이중 지금까지도 요미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건 호시노 뿐이다. 가네다는 65년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으며 변절(?)했고, 무라야마는 죽을 때까지 타도 거인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호시노는 달랐다. 그는 단지 요미우리의 안티로만 만족하지 않고 집요하게 거인에 저항했다. 그동안의 실적이 이를 입증해준다.

신인시절이던 74년부터 호시노는 요미우리의 10년연속 우승을 저지하며 20년만에 리그 우승을 주니치에 안겨줬고, 자신은 초대 구원왕과 사와무라상까지 거머쥐었다. 이후에도 82년 은퇴할 때까지 호시노는 자신의 현역통산 146승중 35승(역대 5위)을 요미우리전에서 올릴 정도로 돋보이는 거인킬러였다.

은퇴후 11년간(87~91,96~2001년)에 걸친 주니치 감독 재임동안에도 호시노의 요미우리에 대한 승부욕은 그칠줄 몰랐다. '열혈남아'의 근성은 특히 요미우리전에서 더욱 격렬해졌다. 일례로 97년엔 팀성적이 꼴찌로 떨어졌음에도 거인전만큼은 끝까지 물고 늘어져 끝내 요미우리의 우승을 저지시켰고, 99년엔 선동열,이상훈,이종범을 앞세워 거인을 2위로 밀어내며 주니치를 11년만에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호시노 감독은 올시즌을 끝으로 주니치 감독에서 물러났다. 자진사퇴였다. 당초 요미우리와 우승을 다툴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5위로 추락한 팀 성적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진 것이다. 주니치 구단의 만류가 있었지만 그는 '권력의 자리에 오래 있는 것은 좋지않다'는 말을 남기며 사임을 강행했다.

이런 호시노가 내년부턴 한신 타이거즈의 사령탑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한신행은 급작스럽게 이뤄졌다. 당초 한신은 노무라 감독과 1년연장 계약을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노무라가 아내인 사치요의 탈세혐의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중도하차하자 한신은 호시노에 눈을 돌렸다. 처음 호시노는 한신의 감독 제안에 대해 망설였다.

선수로서 15년, 감독으로서 11년 총 26년을 주니치에서만 활동안 그로서는 주니치 구단과 팬들을 의식하지 않을수 없었을 것이다. 또 아무런 연고가 없는 한신에서 잘 적응할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호시노는 마음을 굳혔다. 주니치 구단과 팬들의 동의가 구해졌고, 한신도 간절하게 그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18일 취임식 발표만 남겨두고 있는 호시노 감독에겐 한신 재건의 중책이 남겨져 있다.

실제 일본야구 초창기부터 요미우리와 한신은 전통의 앙숙지간이었다. 도쿄와 오사카의 지역감정까지 가미된 이들의 경기는 '교신센(巨神戰)'이란 이름이 붙을 정도로 치열했다.

하지만 이제 교신센은 사실상 라이벌전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울 정도가 되어버렸다. 양팀간의 전력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풍부한 자금력으로 스타를 끌어모으는 요미우리와 달리 투자에 인색했던 한신은 80년대 후반이후 센트럴의 최약체팀으로 전락했다. 이후 한신은 98년 노무라 감독을 영입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올해까지 4년연속 센트럴리그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게 한신의 현실이다.

타선의 집중력 부재, 장타력 빈곤, 수비의 허술함, 선수들의 패배의식, 거듭된 외국인선수 영입실패 등, 산적한 과제가 지고는 못사는 승부사 호시노에게 주어진 것이다.

97년 아내가 사망했을 때도 감독 자리를 지켰던 사람, 판정에 항의하다 심판을 때려 갈비뼈를 부러뜨릴 정도로 승부 앞에선 물불 안가리는 사람, "스트레스는 야구로 풀어야 한다"고 말할정도로 일에 미친사람, 그러면서도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하지 않는 사람, 호시노 센이치가 앞으로 한신을 어떻게 변혁시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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