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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재야인사의 「시국선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인 백남연 신숙 씨등 재야인사 10 여명은 27일 「시국선언대회」를 개최하고 『오늘 우리는 암담한 정치현실을 더 이상 좌시만 할 수 없는 긴박한 시점에 서 있다』고 지적하고 『절박한 민생고를 해결하고 질식된 민주주의를 소생시키기 위해서 재야 민주 세력의 단합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선언했다. 이 대회를 준비해온 이인 씨는 『앞으로 재야세력의 단합을 위한 협의기구를 구성하여 야당통합을 추진하고 이것이 여려울 때에는 야당 대통령의 후보 단일화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정계 일선에서 물러선 내야 지도급 인사들의 위와 같은 「시국선언」은 암담한 정치현실을 타개키 위해 재야 민주세력의 단합을 강력히 요구한 것이며 단합의 기본방향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국민의 주목을 끈다. 즉 그들은 재야 각 당간의 국회의원연합공천을 매듭짓는다면 야당통합과 대통령후보 단일화의 해결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야당통합이 안될 경우 현역 국회의원과 6대 국회의원 선거 차점자들을 중심으로 한 연합공천의 방법도 모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방법론의 지시는 지금까지 일종의 이상론적인 견지에서 막연하게 내세워져 온 야당통합론이나 대통령 후보 단일화론에서 유일보하여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내세운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고려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선거구 단위로 국회의원 후보를 연합공천하여 야당통합이나 대통령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재야 각 당이 정권교체는 무망하니 제일 야당이나 되면 족하다는 유의 사고방식을 청산해야하며 또 야당을 배경으로 국회의원이 되려는 사람들이 대통령 선거구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후보를 사양해도 좋다는 아량을 갖고 결단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 우리사회의 야당인사들에게 이런 기대를 건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리석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재야세력이 정권 투쟁을 버리는데 있어서 그 핵심이 되는 대통령 선거전에 이길 생각은 하지 않고 기껏 제일 야당이나 되면 족하다는 타락된 생각을 지니고 있다고 하면 대통령 선거전에 있어서나 국회의원 선거전에 있어서 야당 진영이 승리할 공산이란 거의 없다. 그러므로 야당인사들이 정말로 본격적인 정권투쟁을 전개하여 집권당이 되고자 한다면 『자기는 국회의원이나 되면 된다. 대통령 선거전 같은 것은 아랑곳 없다』는 따위의 소아적인 사고방식을 우선 버려야 할 것이며 현재의 시점이야말로 야당인사들이 이런 사고방식에서 탈피해야할 중대한 전환의 호기일 것으로 생각된다.
야당진영의 사분오열은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신망을 결정적으로 추락시켰고 사실상 야당 부재의 정치상황을 조성했다. 이와 같은 사태의 조성은 주로 두 가지 사유에 기인한다. 그 하나는 무소속 출마를 막고 또 연립전선의 형성을 불가능케한 법제상의 소산이요, 또 하나는 이러한 법제상의 결함에 농락되면서 정권투쟁의 방향을 올바르게 못잡고 있는 야당 및 야당인사들의 정치적 자세이다.
이 두 가지 사유 중 법제도의 근본적 시정이 적어도 내년 총선까지는 불가능한 것이라면 야당인사들이 그들의 정치 자세를 바로 잡아 그들 전체의 손실을 최저한으로 줄이고 나아가서는 정권의 평화적 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에 보답토록 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통합이나 단일화 같은 지난한 과제 해결은 우선 국회의원이 되려는 인사들이 종래의 소승적인 사고방식을 청산하는데서부터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 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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