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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정책 이관 대치… ‘정부 공백’ 장기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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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국정 공백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여야 협상 파행으로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정부와 청와대의 구성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14일, 18일에 이어 26일 세 번째 정부조직법 처리 시도도 무산됐다.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언제 정부가 완성된 모습을 갖추고 정상 기능을 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6일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오늘 국무회의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도 열지 못했다”며 “정부 마비, 청와대 마비에 이어 장관들의 결재가 이뤄지지 않아 경제마저 마비될 위기에 놓였다”고 우려했다.

 여야 협상의 마지막 쟁점은 PP(프로그램 공급자)·SO(종합유선방송국) 등 보도 기능이 없는 방송 매체의 소관 부서를 현행 협의체 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새로 생겨날 독임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문제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사안인 만큼 미래부 소속으로 하는 원안 통과를 고집하고 있으나 야당의 반대에 부닥쳐 꼼짝달싹 못하고 있다. 그러자 협상보다는 여론전을 통한 대(對)야당 압박으로 선회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시중에선 ‘새누리당은 일하는 여당, 민주당은 발목 잡는 야당’이란 평가가 있는 것 같다”며 “이것(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뜻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 철학을 바꾸고, 국민들이 원하고 있는 분야의 속도를 내지 마라’고 하는 얘기와 똑같다”고 비판했다. 황우여 대표도 “국민 속으로 뛰어들어가서 여론과 국민의 지혜를 빌려와 결론을 내려야 한다. 국민 앞에 (개정안 통과를) 호소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강경하게 맞서기는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협상 초기보다 오히려 반대의 강도가 더 세졌다. 박기춘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우린 많이 양보해 더 이상 양보할 카드가 없다”며 “박 대통령의 결단만 남았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을 여기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우원식 원내 수석부대표는 “우리는 경제부총리보다 경제 민주화, 복지, 골목상권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회부총리를 주장했지만 (새누리당에) 양보했다”며 “정부의 방송정책 관련 개정안은 60년 동안 지켜온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걸로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치킨 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탓에 여야는 13차례에 걸쳐 협상을 해왔던 공식 창구마저 닫힐 위기에 처했다. 진전이 없이 감정의 골만 깊어지면서 2월 임시국회 처리가 불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국정 공백이 정상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임명한 새 장관들의 인사 청문회는 3월 6일까지 잡혀 있다. 하지만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 등 4명의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선 인사 청문회 일정도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적어도 3월 6일 이후에야 내각 구성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박근혜 내각이 완성되려면 다음달 중순이 지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많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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