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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이 직접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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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식음료 업계에서 오너 회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 제품을 개발하거나 상품명을 짓고, 패키지 디자인까지 한 제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 회장이 직접 챙기면 직원들도 판매를 위해 더 뛸 수밖에 없다.

 자뎅은 최근 출시한 ‘드립커피 로스트 3종’의 제품 포장 겉면에 회사 설립자 윤영노(65) 회장의 사진을 넣었다. 윤 회장이 직접 원두의 상태와 향, 맛을 확인하는 작업인 ‘커핑(cupping)’을 하고 있는 장면이다. 사진 하단에는 ‘커피는 자연식품이다’라는 윤 회장의 철학을 담은 문구도 함께 넣었다. 자뎅 마케팅팀 윤여정 차장은 “국내 최초로 원두커피 전문점을 만든 회장의 사진을 통해 ‘커피 원조’로서의 장인정신을 강조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농심이 최근 내놓은 녹용 성분 커피 ‘강글리오’ 역시 신춘호(81) 회장이 직접 제품 개발부터 작명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진두지휘한 제품이다. 신 회장은 골프장에서 녹용 커피나 홍삼 커피를 제공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녹용에 포함된 ‘강글리오사이드’ 성분에서 제품 이름이 나왔다. 성분명을 강조해 건강에 좋은 점을 부각하고, 생소한 이름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전략이다. 신 회장은 신라면·짜파게티·너구리·진짜진짜·둥지냉면 등의 이름을 직접 지어 성공시킨 바 있다. 신 회장은 주 4회 서울 신대방동 사옥에 출근해 제품 개발 현황을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

 천호식품 김영식(62) 회장은 ‘황후백수오’라는 여성용 건강식품을 내놓고 다시 한번 직접 광고모델로 나섰다. 그는 2010년 ‘산수유, 남자한테 참 좋은데…’라는 광고로 히트를 쳐 베스트셀러 저자와 인기 강사가 됐다. 황후백수오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 사이 천호식품 전체 제품 중 매출 1위다.

 샘표식품의 박승복(91) 회장은 ‘흑초 전도사’로 불린다. 평소 자신이 즐겨 마신다는 현미발효흑초 음료를 제품화해 ‘백년동안’을 선보였다. 박 회장은 식후 한 잔씩 ‘백년동안’을 마신다고 한다. 박 회장이 즐겨 찾는 제품은 ‘백년동안 산머루복분자’. 물에 희석하지 않고 원액을 소주잔에 따라 마신다. ‘아흔의 회장님이 즐겨 마시는 장수의 비결’이란 컨셉트로 꾸준히 입소문을 타고 있다. 백년동안은 2009년 출시 이후 2010년 250억원, 지난해 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회사의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산수유·석류 파우치’ 제품도 나왔다.

 SPC그룹의 허영인(64) 회장도 빵 만드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신제품 마케팅까지 챙긴다. 허 회장은 직접 매장을 돌며 빵을 시식하고 점검하며, 매주 수요일 열리는 신제품 회의에도 매번 참가한다. 특히 삼립식품의 대표 제품 ‘크림빵’은 ‘옛날 그대로의 크림빵을 만들어 달라’는 부친 고 허창성 삼립식품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60년대 추억의 맛을 살려 2002년 재출시됐다. 허 회장은 출시 직후 2002년 부친의 장례식을 찾은 조문객들에게 크림빵을 직접 제공하고 이 같은 사연을 설명했다.

크림빵은 복고 열풍을 타고 재출시 당시 하루 평균 15만 개의 판매량을 기록할 정도로 히트를 쳤다. 1964년 첫 출시 후 현재까지 15억 개 이상 팔려나간 장수 베스트셀러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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