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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쌍끌이 라이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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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국(19.안양 LG)과 김동현(19.한양대)이 한국 축구의 차세대를 이끌 대표 주자라는 데 누가 이의를 달 수 있을까.

한국 축구계는 지금 두 선수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 있다. 뛰어난 신체 조건은 물론 골게터로서의 본능이 뛰어나다. 무엇보다 동갑내기인 둘이 벌이는 팽팽한 라이벌 경쟁이 흥미롭다. 승자와 패자로 나뉠 것인지, 아니면 '윈-윈'의 결과를 낳을 것인지. 둘은 지금 출발선에 나란히 서 있다.

▶엘리트 vs 무명

정조국은 축구 선수로서 최고의 코스만을 밟아왔다. 갈현초등 1학년 때 차범근 축구교실에서 축구를 시작, 어릴 때부터 "공을 무척 예쁘게 찬다"는 칭찬을 받았다. 16세 이하, 19세 이하 청소년대표에도 선두주자로 선발됐고, 대신고 2학년이던 2001년엔 7개 전국대회 중 무려 5개 대회에서 득점왕에 올라 '초고교급 골잡이'로 명성을 날렸다.

그에 비하면 김동현은 무명에 가까웠다. 대구 반야월 초등학교 4학년 때 볼을 차기 시작했으나 별다른 성적은 올리지 못했다. 축구에 눈을 뜬 것은 대구 청구고 1학년 때 브라질로 1년간 유학을 가면서다. 그러나 왼쪽 정강이 부상으로 한때 슬럼프를 겪다가 지난해 8월에야 아시아학생선수권대회에서 5골.7도움으로 맹활약, 단번에 스타덤에 올랐다.

▶수줍음 vs 개구쟁이

정조국은 부끄럼이 많은 편이다. 대신고 임근재 코치는 "친구들을 좋아하지만 말주변도 없고, 주로 듣는 편"이라고 말했다. 때론 "플레이도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정도다.

김동현은 분위기 메이커다. 우승 뒤풀이로 노래방에라도 가면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고 한자락을 뽑아낸다. 노래도 최신 댄스곡이다. 청구고 변병주 감독은 "워낙 활달하고 농담도 잘해 지나치게 가볍지 않느냐는 평가도 있지만 매주 꼬박꼬박 교회에 갈 만큼 성실함과 진지함도 갖춘 선수"라고 말했다.

▶천부성 vs 근성

정조국의 골 감각은 예민하다. 청소년대표팀 박성화 감독은 "황선홍의 전성기를 보는 듯하다. 유연성과 위치 선정, 문전에서의 침착함 등 골잡이가 지녀야 할 덕목을 두루 지녔다"고 칭찬했다. 임근재 코치는 "임팩트가 강하면서도 타이밍이 반박자 빠르다"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센스'축구다.

반면 김동현은 '파워'축구다. 그는 선이 굵은 축구를 추구한다. 거칠게 수비수를 뚫고 들어가 찬스를 만들고, 큰 키를 이용한 고공 플레이는 유럽의 정통 스트라이커를 연상시킨다. 박성화 감독은 "자신이 직접 골을 넣지 않더라도 그의 파괴력은 최소한 상대 수비수 한두명을 따라붙게 만든다. 자연히 다른 공격수의 반경을 넓혀주는 부수 효과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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