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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쁘게 달려 온 대덕밸리 선포 1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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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여개에 이르는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에게 2001년은 뜻깊은 한해였다.

지난해는 대덕밸리 선포식을 통해 대덕밸리가 '국내 벤처산업의 요람'이란 이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해였다면 올해는 이를 하나씩 현실화하는 등 용틀임을 시작한 해였기 때문이다.

올 들어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은 미국과 일본 등 주요 교역국의 경기침체와 미국의 테러전쟁, 닷컴기업 몰락 등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첨단 기술력을 무기로 여러가지 성과를 거뒀다.

먼저 계속된 경기침체 속에서도 지난해 2개 업체(블루코드테크놀로지, 하이퍼정보통신)에 비해 늘어난 3개 업체(인바이오넷, 아이티, 아이디스)가 코스닥에 등록했다.

수적으로 많지는 않지만 올해의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그리 나쁜 실적은 아니라는 게 벤처기업인들의 평이다.

또 반도체 전 공정 장비 제조 업체인 지니텍은 지난 10월 네덜란드의 다국적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사에 플라즈마 원자층 증착기술(PEALD) 및 구리 바닥 채움 화학증착기술을 수백만달러에 수출하는 개가를 올렸으며 아케이드 게임 업체인 지씨텍도각종 게임쇼에 참가, 3천만달러의 수출계약을 하는 기염을 토했다.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이 각종 상을 휩쓰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도 벤처기업인들에게 큰 힘을 실어줬다.

그동안 대학이나 연구소가 독차지해 온 국가지정연구실(NRL)에 제노포커스 등 8개 업체가 지정됐고 16개 업체가 국산 신기술마크(KT마크) 인증을 획득하는 등 기술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벤처기업 최고의 영예인 대통령상 수상 낭보도 잇따라 지난 7월 대한민국기술대전에서 한국터보기계가 대통령상을 받은 데 이어 '2001 벤처기업 대상'에서도 블루테크코드놀로지와 아이디스가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의 고민거리였던 입지와 자금 조달 문제도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숨통이 트인 한해였다.

그동안 녹지로 묶여 있다 지난 5월 정부의 '대덕연구단지 기본계획' 변경 고시로 대덕연구단지 일부 지역에 벤처기업 입주가 가능해지면서 벤처기업 협동화단지조성사업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벤처기업의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이 입주할 대덕테크노밸리도 지난달 13일 기공식을 갖고 본격 개발에 들어갔다.

금융기관의 자금 지원도 잇따라 충청하나은행과 중소기업은행, 한국산업은행 등이 대덕밸리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에 나선 데 이어 무한기술투자도 올해 초 100억원 규모의 대덕무한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하고 대덕밸리 정보기술(IT) 및 생명공학기술(BT) 관련 유망 벤처기업에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외형적인 성과의 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드리워져 있다.

수년간 갈고 닦은 기술로 제품을 내놓았지만 판매로 이어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대덕밸리 벤처기업의 창업자 대부분이 연구원 출신이다보니 '마케팅'과 '경영'에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 벤처기업 사장은 "올해는 기술력보다 마케팅과 시장개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체험한 한해였다"며 "대덕밸리가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비상하느냐 여부는 마케팅 문제 해결 여부에 달려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은 뒤늦게 대기업 및 마케팅아웃소싱(외주) 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거나 교류협력을 모색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고 서둘러 전문가를 영입한 업체를 중심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어 밝은 빛을 던져주고 있다.

대덕밸리벤처연합회 이경수 회장은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이 문제점을 올바로 인식하고 이를 행동에 옮기려 하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대덕밸리가 한국경제 성장의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이은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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