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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체코슬로바키아」를 다녀와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이 글은 대한체육회 이사이며 배구 국제심판인 구연묵씨가 지난 9월 4일부터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도 「프라하」시에서 열린 66년도 세계배구연맹 총회에 다녀와서 본사에 보내온 것입니다. 구씨는 「체코」 정부가 WHO 학술회의에 참석하려는 김기석 박사의 입국을 거부한 바로 뒤에 입국했던 만큼 그곳 풍물소개에 흥미를 이끄는 바 크며 총회기간중에 열린 세계 배구선수권 대회의 생생한 모습도 소개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출발까진 많은 애로>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열린 세계 배구연맹 총회(9월 4일∼9월 11일)와 겸해서 세계 남자선수권 대회(8월 30일∼9월 11일)를 참관하기 위해서 갖은 애로를 무릅쓰고 서울을 떠났다.
우리일행 2명은 세계 배구연맹 및 「체코」 배구협회가 보내준 전문에만 의지하고 동경에 기착, 한국 대사관 및 관내기관의 세심한 연락을 받은 후 「비자」를 얻었다.

<입국 거절된 전례>
한국대표의 「체코」 입국이 거절된 전례도 있고 해서 동경주재 「체코」 대사관의 침울한 분위기를 느끼면서 약간 불안한 마음으로 「체코」를 향했다.
「알래스카」 「앵커리지」 및 「코펜하겐」을 거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안착한 후 당일로 「프라하」 공항 통관절차를 끝내고 「체코」인의 안내를 받아 숙소인 「파레이스·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무거운 호텔 분위기>
우리 숙소는 총회에 참석하는 각국 대표들의 지정숙소인 듯 세계 배구연맹 임원들을 비롯, 50여개국 대표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공산국가인 까닭에서일까, 인종 전시라도 하는 듯 각국 인사들이 들끓고 있는 「호텔」 주변 분위기는 호흡이 맞지 않는 중압감을 느끼게 했다.

<경관의 눈초리들>
「호텔」 종업원들의 무뚝뚝한 태도나 우리 근처에서 서성거리는 사람들 전부가 우리를 감시, 경계하는 사람들처럼 보였고 수백년 전에 건립된 듯 옛모습을 지닌 「파레이스·호텔」 3층의 우리 숙소도 아늑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지 못했다.

<구식건물이 즐비>
수백년 전에 건립된 「프라하」시는 세계대전을 겪으면서도 전화를 입지 않아 지난날의 영화를 말해주는 4, 5층 구식 건물이 즐비한 고적의 도시이기도 하다.

<이장비대의 여인>
사각돌로 부설한 차도와 인도에 힘없이 짐바구니를 지고 다니는 부녀자들의 이장비대한 모습. 뜸뜸이 보이는 정체불명의 자동차들과는 대조적으로 도처에 세워진 교회건물은 고대문화를 과시하면서도 공산주의의 그릇된 이념을 묵연히 내려보는 것만 같았다.

<낭만의 블타바 강>
「프라하」시 중심부에 「블타바」라는 강이 흐르고 있는데 강을 중심으로 남북은 신·구 도시로 구분되어 있어 넘쳐흐르는 낭남과 고전미는 공산무력에 의한 억압에도 흔연했다는 것으로 대조되기도 했다.

<말살못한 예술>
그런 가운데 명맥을 이어온 예술과 역사와 전통만은 그릇된 인간의 힘으로 말살시킬 수 없었다는 것을 실증하듯 부조화를 이루어 착잡기묘한 도시임을 체득할 수 있었다.

<상가는 모두 국영>
시내의 상가 및 음식점은 자유업이라곤 하나도 없고 전부 국영으로 되어 종업원들의 전부가 관리였다. 또한 상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개점하고 식당은 식사시간에만 개점하는데 종업원들의 무표정과 기계적인 응답은 이곳을 지나가는 여행자들에게 불쾌할 정도의 불편을 준다.

<요릿집은 단 하나뿐>
「체코」인 요리사가 경영하는 중국음식점이 하나 있을 뿐이고 그 외에는 줄을 서서 자기차례가 오면 날라다 먹는 간이식당이 여러개 있었는데 식사하는 모습도 구라파 사람들의 그것과는 전혀 달라 즐거운 표정이나 웃음섞인 온화한 대화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이 다만 가벼운 호주머니를 털어 최소한으로 배를 채우고 최대의 영양을 섭취하려는 그런 무미건조하고 무거운 표정들이었다.

<예약해야 택시 잡아>
교통기관은 주로 전차이고 「택시」는 시내에 통틀어 20대 정도인 듯, 우리는 「택시」가 필요할 때 「호텔」 종업원에게 몇시간 전에 행선지를 알리고 예약을 해야만 했고 보통 길에서 「택시」를 탄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일반 대중의 교통기관은 앞서 말한 전차뿐인데 2량이 연결된 아주 노후한 전차는 그것도 상당시간을 기다려야만 탈 수 있을 정도여서 아주 부자유스러웠다.

<시민은 늘 바쁜 모습>
사각돌 보도를 거니는 시민들은 할상 바쁜 모습이었고 무슨 중압에 눌리어 부하된 과중한 업무에 쫓기는 것 같은 그런 바쁜 걸음걸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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