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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선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해방후 수십, 수백만의 북한동포들이 자유를 찾아 남하했다. 남한에 선조대대로 내려오는 유토가 기다리던 것도 아니고, 호의호식을 약속해 주는 직장이 마련되어 있던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남부여대, 적수공권으로 정든 고향을 헌신짝 같이 버리고 내려왔다. 자유 하나만 바라고 남하해 온 수 많은 동포들은 두 번 다시 딴 생각하지 않고 남한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쌓았다. 이들 수많은 남한동포들과는 다른 색다른 북한탈출의 주인공이 있었다. MIG를 몰고 온 노금석씨의 경우, 노대위의 경우엔 거액의 미대상금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그 상금은 노대위를 싣고 미국으로 날아가 버렸다.
노대위가 오직 상금을 타기 위해서 기수를 남쪽으로 돌렸다고 생각해선 안된다. 그는 분명히 용기있는 반공주의자였을 게다. 그러나 북괴의 공산주의가 싫어서 빠져 나왔으면 남한에 자리잡고, 공산주의에 대한 싸움을 계속 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자유에의 길이 반드시 하나뿐인 것은 아니다. 북한을 버리고 미국으로 간다는 것 자체가 북괴의 정치체제에 대한 하나의 단죄가 된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유의 선택에는 스스로 선후의 구별이 있을 것. 북한을 버렸으면 미국이나 「브라질」 또는 인도가 아니라 휴전선 바로 남쪽, 한국을 택해야 하지 않은가.
지난 8일에 신의주를 떠나서 17일에 일본 하관에 입항했다는 북한어부들의 경우가 또 딱하지 않은가. 공산주의가 싫어서 7월부터 모의를했고, 그토록 극적인 탈출을 감행한 그들이 왜 하필이면 일본으로 갔느냐. 일본이 일찌기 그와 같은 경우 정치적 명명 처를 제공한적이 없고, 자수하자마자 밀입국과 무기불법소지라는 올가미가 씌워질 것이라는 것을 몰랐다면 지나친 무지. 자유선택에서 제3의 가능성을 기대했다면 어리석기도 하다. 자유선택은 2자중 택일하는 것-북괴가 싫으면, 한국으로 와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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