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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01] 영화,복합상품으로

중앙일보

입력

"올해는 한국 영화계가 산업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한 행복한 시기였다." 명필름 심재명 대표의 견해다. 인력.자본.기술력 등 영화제작의 세박자가 물려들어가며 전대미문의 성장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올 누적 관람객은 8천여만명(추정치) . 지난해보다 무려 1천5백만명이나 급증했다. 이런 호황 속에서 영화는 명실상부한 문화상품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단순한 오락상품이 아닌 부가가치가 뛰어난 복합상품으로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기업들의 광고를 보면 이런 추세를 알 수 있다. 기획단계부터 영화사와 일반 기업들의 손잡기가 활발하다. 영화사측에선 간접홍보를 통한 마케팅비 절감을, 기업측에선 영화 흥행을 통한 제품 이미지 제고를 노리고 있다.

예컨대 '친구'는 화장품.소주 광고에,'킬러들의 수다'는 음료 광고에, '신라의 달밤'은 제화.식품 광고에, '엽기적인 그녀'는 인터넷 업체 광고에 각각 원용됐다.

현재 개봉 중인 '화산고'는 이동통신 업체와 역대 최대 규모인 10억원의 공동 프로모션을 펼쳤다. 기업체들이 한국영화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뿐만 아니다. 영화는 단행본.만화.게임.캐릭터 등의 '원료'로도 활용됐다. '친구'의 경우 책.게임은 물론 TV드라마로 각색됐고, 내년엔 뮤지컬로도 선보인다. 그만큼 영화의 파급효과가 막대해진 것.

기업체.정치권 등에선 대중의 기호가 잘 녹아 있는 영화의 기획.마케팅 기법을 공부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했다.

"영화가 돈이 된다"는 말이 확인되면서 개인.단체 구분없이 영화제작에 뛰어든 것도 달라진 풍경이다. 웬만한 영화의 인터넷 펀드에 개미군단이 경쟁적으로 밀려들었고, 또 벤처.창투사들의 영화 전문펀드 규모도 2천여억원으로 늘어났다. 최근엔 은행권에서도 영화펀드를 조성하는 등 영화의 산업화가 가팔라지고 있다.

'조폭마누라'의 리메이크 판권이 할리우드에 95만달러(약13억원) 에 팔리는 등 올 한국영화의 수출총액도 1천만달러(약1백30억원) 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영화인들은 이같은 내부의 들끓는 열기를 이어받아 한국영화의 활동폭을 외부로 넓혀야 할 책무를 떠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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