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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부족하지만 최선 다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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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가 24일 오후 청와대 본관 앞에서 열린 환송행사에서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환송행사가 끝난 뒤 논현동 사저로 돌아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전 대통령은 25일 0시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 안광찬 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장이 0시 정각에 청와대 지하 벙커에서 새 정부의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에게 군 통수권 관련 인수인계를 마친 상황에 대한 보고 전화를 받은 뒤였다. 5년 전 대통령이 되었던 그가 1827일 만에 ‘전 대통령’, 그의 표현으론 ‘평범한 시민’이 된 순간이기도 했다.

 그는 재임 중 스스로 “대한민국의 일꾼”이라고 말해 왔다. 그 말대로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날인 24일에도 그는 분주했다. 1시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움직였다.

 첫 일정은 오전 8시50분에 시작됐다. 그는 덴마크 총리 출신인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의장에게 수교훈장 광화대장을 수여했다. 라스무센 의장은 “녹색성장과 GGGI는 아직 어린아이와 같다. 시간이 흘러도 당신은 여전히 아버지(You are still the father)”라고 했다. GGGI가 이 전 대통령의 비전에 따라 우리나라 주도로 출범한 국제기구란 걸 염두에 둔 말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1시간 뒤엔 류옌둥(劉延東)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을 만났다. 류 위원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재임 5년 동안 양국 관계가 진일보하게 격상되었다. 양국 관계 발전에 기울인 중요한 기여에 대해 높이 평가하며 업무 관계뿐 아니라 개인적 우정도 소중히 간직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오전 11시엔 김황식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과 청와대 수석들과 함께 국립현충원을 찾았다. 5년 전 사저를 떠나 제일 먼저 들른 곳이 현충원이었다. ‘국민을 섬기며 선진 일류 국가를 만드는 데 온몸을 바치겠습니다’라고 썼던 이 전 대통령은 이날은 ‘水到船浮(수도선부·물이 불어나면 큰 배가 저절로 떠오른다) 더 큰 대한민국, 국민 속으로’란 글을 남겼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선 “나라가 커지는 것에 대한 결실을 국민이 많이 나눌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라며 “대통령이 이제 국민 속으로 들어간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오후 들어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와 만났다. 이 대통령은 “반가운 사람들이 많이 왔다”고 반겼고 잉락 총리는 “다시 만나 뵙게 돼 반갑다. 양국이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관계가 돼 기쁘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김윤옥 여사와 함께 오후 4시 청와대 본관을 나섰다. 그간 그와 일했거나 일해 온 청와대 직원 700여 명이 줄지어 환송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직원 한 명 한 명과 악수했다. 직원들은 ‘이명박’을 연호했다.

 이 전 대통령 내외가 논현동 사저에 도착한 건 오후 4시40분 무렵이었다. 2002년 서울시장에 당선되며 떠났으니 11년 만의 ‘귀가’였다. 기다리던 1400여 명의 주민에게 이 전 대통령은 이같이 말했다. “대한민국은 위대한 국가다. 대한민국 국민은 위대한 국민이라고 확신한다. 저는 위대한 국민을 위해 일한 대통령으로서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저는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보고를 드린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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