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밝은 민정」에의 진통|현지보도 월남총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키」 정권과 친여적 지식층은 이번 선거를 통해 기능적 효과보다 상징적 효과를 노려왔다. 지난 3월 「티」 제1군단장 해임이래 줄곧 현 정부를 위협해온 전 국민의 80%인 불교도에 대하여 「테러」행위로 선거민과 입후보자들을 위협해온 「베트콩」에 대하여 현 군사정권이 합법적이며 실질적인 정치 역량을 갖고있다는 「이미지」를 이번 선거를 통하여 불어넣으려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측은 오히려 선거운동원보다도 더욱 열을 내어 마치 「서커스」단이 공연을 앞두고 요란스런 시가행진을 해서 관객을 모아들이듯 용 춤을 추며 유권자를 끌어들였다.
「키」정권으로서는 어느 쪽이 당선되고 낙선되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니라 다만 얼마만한 수의 유권자가 「베트콩」의 위협과 불교도들의 「보이코트」지시를 물리치고 투표소에 모여드느냐가 중요한 것이었다. 그런데 투표율 50%정도로 관측되어 온 것이 의외로 80·8%로 나타났다. 군 차량을 동원, 벽지의 선거민을 투표소까지 수송하고 병역기피자들도 유권자등록을 하여 투표하면 처벌하지 않는다든지, 지방관리들 반 위협조로 선거에 참여시켰다 할지라도 그 결과는 미국이나 「키」정권이 자랑할 만 하다. 다수의 입후보자들이 선거유세를 통해 속이 들여다보이는 속임수를 쓴 것도 사실이다.
어떤 입후보자는 거대한 자동차회사를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빈자로 자처하고 빈자의 권익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공약하는가 하면 심지어 거리에 널린 쓰레기를 치워주겠다는 공약을 들고나선 이들도 있었다. 한때 수상을 지낸 「판·칵·수」씨는 선거연설장에 모인 유권자들이 약간의 소란을 피웠다해서 『당신들은 제국주의자들의 앞잡이로서 나의 선거운동을 방해하러 모였다』고 노발대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통하여 몇 가지 선입견이 무너졌다. 우선 「베트콩」의 방해공작이 실패하여 그들의 무력을 드러냈으며 신화적인 존재였던 불교도들의 선거「보이코트」노력이 별다른 효과를 못 내어 그들의 허세를 노정시켰다.
특히 군 출신 입후보자들이 무슨 수단으로도 대거 당선될 것이라는 추측은 한갓 억측으로 끝났다는 것 등이다. 1천5백만의 월남국민 중 18세 이상의 유권자가 약 절반으로 7백50만으로 추산되는데 그중 5백28만여 명이 등록했다. 따라서 이 숫자가 사실이라면 2백20여만 명이 등록을 하지 않았으며 이들은 대부분 「베트콩」지역에서 「베트콩」의 통치를 받고있는 셈이 된다. 35세부터 44세사이의 당선자가 32명인데 비해 25세부터 34세까지의 당선자가 36명이나 된 사실, 특히 55세 이상의 당선자가 14명이란 점은 월남 내에 새로운 젊은 지도층이 대두되고 있다는 징조이기도하다.
그러나 현정권이 노리던 상징적 효과가 거두어졌다고 해도 월남 민주화는 요원하다. 왜냐하면 월남 국민들의 집권자에 대한 불신은 뿌리깊은 것이고 이번에 구성될 의회기능도 헌법제정에만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기능조차 현 군사지도위가 의회법안에 대한 「비토」권을 보유하는 등 의회조직법으로 극히 제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가지 분방한 것은 어느 학생의 말과 같이 20여년 간 전쟁과 정치적 혼란의 틈바구니에서 살아온 국민들이 하루아침에 성숙된 정치의식을 갖고 행동할 수 없으나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보여준 것과 같이 밝은 방향으로의 서항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향은 군사 면에도 새로운 유리한 전기가 되어 월남에 참전하고있는 모든 우방에 더욱 의욕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