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인, 김병관 대동… 한·미 군 지휘부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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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당선인이 22일 용산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했다. 왼쪽부터 성김 주한미국대사, 서먼 연합사 사령관, 박 당선인, 권오성 연합사 부사령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 [인수위사진취재단]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사령부를 잇따라 방문해 군의 대북 대비 태세와 북한군의 동향을 점검했다. 새 정부 출범을 사흘 앞두고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국군통수권자로서 국가안보를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특히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전날 북한의 핵 사용을 무력화하기 위한 수단을 확보하겠다는 내용 등을 담은 국정과제를 밝힌 직후여서 박 당선인의 행보는 더욱 주목받았다. 박 당선인은 이날 합참의 지하 지휘통제실에서 김관진 국방장관과 정승조 합 참 의장 등으로부터 비공개로 안보 태세를 보고 받기도 했다. 박 당선인은 합참에서 “안보 대비 태세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고 이어 한미연합사에서는 “미국은 6·25 전쟁 당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피를 흘린 혈맹”이라며 “새 정부는 한·미 동맹을 미래지향적으로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 1시간40분 동안 진행된 이날 한·미군 지휘부 순시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인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내정자와 함께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했다. 김 후보자는 무기중개업체 고문과 자녀에 대한 부적절한 부동산 증여 등 각종 의혹으로 야당으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고 있다. 박 당선인이 그런 김 후보자를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안보 행보에 동행시킨 것은 정치적인 의미가 포함돼 있다는 평가다. ‘낙마 위기’에 몰린 김 후보자를 공개적인 자리에 함께함으로써 박 당선인의 신임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는 것이다. 실제 합참과 연합사 보고를 받을 땐 박 당선인 좌측에 김장수 내정자가 앉았고, 그 다음에 김 후보자가 자리해 사실상 차기 장관 행보를 보였다. 이날 김 후보자의 수행은 박 당선인 측에서 요구했다고 한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청문회에서 야당의 대대적인 공세가 예상되지만 아직 당선인이 후보자 카드를 거둬들일 생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 측 관계자도 “당선인이 취소하지 않는 한 청문회에 성실히 임해 평가를 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의 동행을 둘러싸고 논란도 없지 않다. 김 후보자는 각종 의혹이 계속 불거지고 있는 데다 국회 청문회도 거치지 않았고 김장수 내정자처럼 인수위원 자격도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증여세 탈루, 부대 위문금 개인 통장 관리 의혹 등 온갖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청문회 성사 자체가 불투명한 김 후보자를 합참 방문에 대동한 것은 몹시 부적절한 일”이라며 “김 후보자에 대한 단순한 힘 실어주기를 넘어서 그를 둘러싼 의혹과 문제 제기를 무시하겠다는 독선과 아집의 태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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