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으로 월 '2억' 번 40대, 의사 차안에…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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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정보를 파악해 시신을 선점한 장의업자가 검안 의사 차량 범퍼 안쪽에 설치한 GPS 장치. [뉴시스]

부산에서 활동하는 검안의사 김모(53)씨는 지난해 12월 17일 집 근처 카센터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평소 자신이 몰던 싼타페 차량 뒷범퍼 안쪽에 누군가 몰래 위치추적장치(GPS)를 붙여 놓은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사망사건이 발생하면 경찰과 함께 현장에 도착해 사인을 조사하는 검안의다. 김씨뿐 아니라 다른 2명의 부산지역 검안의 차량에도 똑같은 GPS가 설치돼 있었다.

 경찰 조사결과 이 GPS는 4개월 전 장의업을 하는 김모(42)씨가 몰래 부착한 것이었다. 검안의사의 위치를 GPS 신호로 알아낸 뒤 따라가면 다른 장의업자를 따돌리고 장례 일감을 따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장의업자 전모(40)씨는 부산소방본부의 119 무전을 도청한 뒤 다른 장의업자보다 현장에 먼저 사설 구급차를 보내는 방법으로 일감을 따냈다. 두 사람은 부산진구·연제구·동래구·금정구·수영구·남구·해운대구를 중심으로 비슷한 지역에서 서로 ‘시신 확보’ 경쟁을 벌이며 다툼이 잦았다.

 결국 두 사람은 지난해 말부터 동업을 하기로 했다. 두 사람이 장례식장을 함께 차린 뒤 김씨는 그 운영을 맡고 전씨는 GPS와 무선 도청으로 시신을 신속히 장례식장으로 옮겨오는 것으로 역할을 분담한 것이다. 시신 한 구가 들어오면 800만~1000만원 이상의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지난 1월에만 이 같은 방법으로 20구의 시신을 확보해 2억원 정도의 장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했다. 두 사람이 고용한 사설 구급차 운전기사에게는 200만원의 기본급과 함께 시신 한 구를 옮겨올 때마다 20만원의 수당을 지급했다.

 두 사람은 장례식장 사무실과는 별도로 고지대에 세를 얻어 ‘상황실’을 차렸다. GPS 신호 수신이나 119 무전 내용 도청을 보다 쉽게 하기 위해서였다. 방원범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김씨 등이 고용한 사설 구급차가 119보다 현장에 먼저 도착한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1일 김씨를 위치정보의 보호와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동업자 전씨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에게 고용된 사설 구급차 운전기사 13명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들 장의업자 외에도 사망사건의 위치를 파악해 시신 확보 경쟁을 벌이는 장의업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부산=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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