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의 내한, 하이팅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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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만에 내한하는 지휘자 하이팅크는 “오케스트라는 연주자들이 모여 만들 수 있는 가장 매혹적인 조합”이라고 말했다. [사진 빈체로]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베르나르트 하이팅크(84)가 36년만에 한국을 찾는다. 1977년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이화여대 강당에서 협연한 이후 이번이 두번째 내한 공연이다. 하이팅크는 오는 28일과 3월 1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하이팅크는 29년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났다. 10살 무렵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 시절부터 지휘자를 꿈꿨다고 한다. 암스테르담 음악원에서 지휘를 공부했고, 54년 네덜란드 라디오 연합 오케스트라와의 공연을 통해 지휘자로 데뷔했다. 이후 네덜란드의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를 25년 동안 이끌면서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으로 조련했다. 런던 필하모닉, 시카고 심포니 등에서도 지휘했다.

 하이팅크는 음악에 대해 인상적인 정의를 남긴 바 있다. “음악은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봉오리”라고 했다. 지난 97년 미국 라디오 프로듀서 브루스 듀피와의 인터뷰에서다. “작곡가가 악보에 쓴 음악을 보고 있으면 존경심이 생긴다”는 말도 했다.

 그는 이번 한국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르스(69)와 협연한다. 28일 공연에선 브리튼의 ‘네 개의 바다’ 간주곡,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7번,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연주한다. 다음 달 1일 무대에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들려 줄 예정이다. 이번 레퍼토리에서 이목이 집중되는 건 오스트리아 작곡가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이다. 브루크너가 남긴 마지막 교향곡이자 미완성 작품이다. 브루크너는 “9번 교향곡이 최대 걸작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완성을 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도 관심을 받고 있다. ‘모차르트 전문가’라는 별명이 붙은 피아니스트 피르스가 한국 공연에서 협연을 하기 때문이다. 44년 포르투갈에서 태어난 그녀는 일곱 살에 첫 연주회를 가졌는데 이때 연주한 곡이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이었다. 그후 40년 동안 연주자 생활을 이어오면서 모차르트는 늘 그녀의 중심에 있었다. 피르스는 “모차르트 음악은 깨지기 쉬운 유리와 비슷해 피아노 건반 하나만 잘못 눌러도 음악 전체가 망가진다”며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팅크는 2004년 75세 생일을 맞아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휘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직업으로서의 지휘자는 자랑할 만한 장점이 있다. 바로 연주자와 다르다는 것이다. 나이가 많아진 지금은 내 목소리로 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 없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휘를 하는 데는 연주와는 다른 것들이 필요한데 그건 나이와 크게 관계없이 할 수 있는 일이다.”

 2월 28일과 3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7~35만원. 02-599-5743.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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