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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20대女, 1년만에 그만둔 이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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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1. 한 대형 음료회사 마케팅 부문에서 1년 가까이 근무한 신하나(27·여)씨. 그는 지난 1월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다시 취업준비생이 됐다. 차분하고 꼼꼼한 신씨와 활달한 성격이 필요한 마케팅 직군 사이에 간극이 생각보다 컸다. 신씨는 “회사를 다녔던 1년 동안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다”며 “특히 바이어 업체 관계자들과의 술자리, 회식이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마케팅이라면 광고 카피 문구를 만들고 전략을 짜는 일이지, 직접 영업 전선에 뛰어들고 업체들을 상대하는 일이라곤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케팅이 실제로 무슨 일을 하는 직업인지 말해준 멘토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현재 신씨는 공사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주위에도 나처럼 직무와 적성이 맞지 않아 힘들어하는 친구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2. 21일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는 신씨처럼 ‘길 잃은’ 구직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취업준비생 송정한(29)씨는 굴착기·한식조리사·한자(2급)·정보처리·대형면허 등 10여 개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자격증은 여러 개 땄지만, 정작 어떤 직업에 끌리는지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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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씨는 “자격증은 많이 있지만 아직도 적성이 뭔지 나조차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송씨는 지금도 ‘한국사 인증’이라는 11번째 자격증을 위해 학원가를 돌고 있다.

 심지어 직무와 적성이 맞지 않아 어렵게 직장을 구해도 금세 퇴사하는 일도 잦다. 중앙일보와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취업준비생·대학생 821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열 명 중 여덟 명이 넘는 응답자(85.1%)가 “진로나 커리어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특히 응답자 셋 중 두 명(66%)은 “진로 선택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주위에 아무도 없다”고 답답해했다. 구직자에게 진로 선택을 도와줄 취업 멘토가 그만큼 절실하다는 얘기다.

 신입사원들이 직무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 없이 회사에 들어오면 이는 곧 기업의 손실로 연결되기도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말 전국 392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신입·경력사원 채용 실태 특징’에서도 지난해 입사한 대졸 신입사원의 1년 이내 퇴사율은 23.6%였다. 이전 2010년 조사(15.7%) 때보다 7.9%포인트나 높아졌다. 합격하고도 입사를 포기하는 입사 포기율도 7.6%나 됐다. 기업들은 신입사원의 조기 퇴직 사유로 ‘조직·직무 적응 실패(43%)’를 꼽았다. ‘급여·복리후생 불만(23%)’ ‘근무환경 불만(14%)’ ‘공무원·공기업 준비(12%)’ 등은 부적응 사유보다는 훨씬 적었다.

 한화그룹 조경회 인사팀 차장은 “요즘 같은 불경기에 한화 같은 대기업에서도 1년 내 회사를 나가는 신입사원이 아직 10% 정도 있다”며 “채용홍보·인적성 검사·연수 등 수천만원을 들여 뽑은 인재가 회사를 나간다는 건 회사의 손실”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직무-적성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일보는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공동으로 구직자들의 취업·진로 탐색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 ‘위대한 멘토링’을 시작한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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