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하폭 '널뛰기'… 1%P로 합의

중앙일보

입력

법인세법 개정안이 춤을 추고 있다. 한나라당이 21일 국회 본회의 통과 직전에 법인세율을 2%포인트 인하하려던 당초 방침을 갑자기 바꿔 1%포인트 인하에 합의한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또 물러선 것이다. 당초 2%포인트 인하안은 지난 19일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한나라당과 자민련 공조로 국회 재경위를 통과시켰던 내용이다. 한나라당은 이틀 만에 이를 뒤집었다.

번복의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민주당의 강력한 반대 때문이다. 민주당은 법안이 재경위를 통과한 직후부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강경기조를 고수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임태희(任太熙)제2정조위원장은 "법인세율 인하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감세정책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오(李在五)총무도 "민주당이 반대하면 표결 처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이날 오후 여야 총무회담에서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李총무는 "표결통과도 가능하지만 여야 합의정신을 존중키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으로선 표결 처리를 강행해도 크게 비난받을 이유는 없었다. 여야가 이날 새벽까지 계속된 예산안 소위에서 법인세율 2%포인트 인하를 기정사실로 한 예산안을 다 짜놓았기 때문이다. 민주당에 대해 따지자면 "법인세 2%포인트 인하를 전제로 예산안까지 다 짜놓고 이제와서 무슨 소리냐"(한나라당 金鶴松 예결위 간사)고 얼마든지 주장할 수 있었다.

결국 한나라당의 입장선회는 이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종혁 기자 kimch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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