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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제로’ 인수위, 청와대·내각 주류 될 자격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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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허 진
정치국제부문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가 22일 해단식을 한다. 지난달 6일 현판을 내건 이후 48일 만이다. 20일 현재 인수위는 46일째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4일 인수위원이 발표될 때부터 두 달 남짓 지켜본 입장에서 ‘벌써 그렇게 오래됐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인수위의 존재감은 ‘제로’에 가까웠다. “50년이 지나도 모범적인 인수위라고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자”(박 당선인)고 출발한 인수위는 시작부터 보안 제일주의를 표방하는 바람에 많은 인수위 사람들이 사무실 안에서 대체 무얼 하고 있는지 언론이나 국민이 알 수가 없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조차 “너무 조용한 인수위라 존재감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며 “국민과는 너무나 먼 당신”이라고 했을 정도였다.

 지난달 29일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을 때 인수위는 39시간 동안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보장 등 박 당선인의 핵심 공약과 관련해 재원 부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데도 인수위는 할 건지 안 할 건지, 한다면 언제 어떻게 할 건지 두 달 가까이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박 당선인이 강조한 “내가 약속하면 여러분은 지켜야 한다”는 말 속에는 당선인과 인수위원 사이의 관계가 상징적으로 드러나 있다.

 그런 인수위 사람들이지만 박근혜 청와대와 내각에선 곧 주류가 된다. 장관과 청와대의 수석비서관급 이상 30명 중 14명(46.7%)이 인수위 또는 인수위와 나란히 활동한 당선인 비서실, 취임준비위원회 인사들이다. 이들이 새 정부에 들어가서도 46일간의 정권 인수 활동처럼 존재감 없는 모습을 보일까 걱정이다.

 박근혜 정부와 청와대 인사들의 면면에 대해 “쓴소리할 사람이 없다”는 평가가 새누리당에서조차 나온다. “촉새가 나불거려서…” “이러시려고 도와주셨던 거예요?”와 같은, 직언을 위축하게 만드는 박 당선인의 어록을 익히 아는 사람들이라서다. 『성공한 대통령, 실패한 대통령』(김충남 저)에 따르면 ‘대통령에겐 직언할 수 있는 3~4명의 참모가 필요하다’고 한다. 3~4명이 아니라 대통령 주변에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진정한 참모가 한두 명이라도 나타나길 기대한다. 물론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새 대통령을 위해서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해 바른말하는 참모가 필요하다.

허진 정치국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