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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사선을 넘어온 「자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코크로프」는 어떤 좀 오래된 「아파트」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거기에 거주하는 사람같이 천연스럽게 서있었다. 그는 드디어 「아파트」정문을열고뚜벅뚜벅 걸어가 어느방문앞에 섰다. 1954년2월18일 오후6시반, 이순간부터 소련간첩 「코크로프」의 운명은 1백80도전환했다. 그는 오른손으로 호주머니에있는 소음권총을 잡고 왼손으로문을 두드렸다. 「오코로비치」는 마침 방에있었다. 그가 문을열자 「코크로프」는 한참동안 말을못하고 서있었다.
얼맛동안의 침묵끝에 얼굴의 식은땀을 씻으면서 「코크로프」는 말을시작했다. 『나는 MVD (비밀경찰) 의 「코크로프」대위입니다. MVD본부에서 당신을 암살하라는 명령을받고왔으나 이제는 그와같은 참혹한짓은 나의양심이 허락하지않습니다. 나를 서방자유진영당국에안내해주시오.』이말을들은「오코로비치」는 자기의 귀를 의심했다. MVD대원이 서방진영으로 전향한다는것은 상상도못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얼맛동안서로 머뭇거리다가 그들은 응접실에 마주앉아 뒤처리에대해 상의했다. 30분후「코크로프」는 서독경찰을통해 미국점령군정보국에가서 모든것을 자백포로했다. 물론 그는 그순간부터 자기생명이 위험하리라는것도 잘알고있었다.
1941년 「나찌」 독일군이 소련국경을돌파하여「모스크바」로 진격하고 있을 무렵「코크로프」는(당시 나이19세) 순회공연하는 연극단의 조연배우였다. 전쟁이 치열해지자 그는 소련적군에 입대했다. 「나찌」군이 물밀듯이 쳐들어오자 그가속해있던 「모스크바」 수비대대도 전선에 투입되었는데 「코크로프」만은 「모스크바」에 남아있으라는명령을받았다. 다음날 그는 MVD본부로 호출되었다. MVD는 「코크로프」에게 군복을벗고 배우생활을 계속하라고 명령했다. 「코크로프」는 독일군이 「모스크바롤 점령하는 경우 중요한 정보를 탐지해서 적군에보고하라는명령을받은것이다.
194l년9월부터 MVD는 독일군의 「모스크바」 점령에 대비해서 지하조직을 짜기시작했다.그당시 「코크로프」는 애국심에 불타있었고 또 「나찌」군을 몹시 증오했기 때문에 「모스크바」에 남아서지하공작을하게된것을철없이도 좋아했다. 그다음1년동안 그는 문자그대로피눈물나는 MVD암살대원훈련을 받았다.
우선 독일말을 독일사람처럼 말하도록 배우고 독일의 풍습, 습관등도 몸에 배도록 배웠다. MVD는「코크로프」에게 비밀무기사용법, 암살방법, 무전기조정법, 낙하산타는법등 갖은술법을 가르친후 정말 독일사람으로 행세할수있나 시험하기위해 독일군복을 입혀 「코크로프」를 독일군포로수용소에 몰래 집어넣어 보았다. 「나찌」군포로인줄만알았다. MVD는 「코크로프」의 훈련성과가 좋은데에 놀라고 기뻐하면서 그때부터 「코크로프」를현지로보내서 써먹기로 작정했다.
1943년 어느 여름날 「코크로프」중위는MVD의소장으로부터 「민스크」지구독일점령군행정사령관「빌헬름·쿠베」를 암살하라는명령을받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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