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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향기 찾아 … ‘오뜨 꾸뛰르 향수’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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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패션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대놓고 브랜드를 드러내기보다 감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루이뷔통이나 구찌 등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힌 럭셔리 브랜드 핸드백을 들고서 자기 과시를 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말입니다. 대신 일반인은 잘 모르는, 하지만 패션 중심지인 뉴욕이나 파리 등에서 지금 가장 ‘핫’한 고가의 브랜드를 걸치면서 은밀하게 자기를 드러냅니다. 물론 결국엔 소수의 사람이 알아보고는 경외의 눈길(?)을 보내기 때문에 효과는 더욱 극대화한다고 할 수 있겠죠.

강남스타일

 최근엔 이런 심리가 패션에서 향수로 옮겨붙었습니다. 제 아무리 메릴린 먼로가 뿌렸다는 샤넬 No.5라도 남들이 다 뿌리는, 어디서나 맡을 수 있는 향수는 싫다는 사람이 늘어난 겁니다. 이런 트렌드를 가장 발 빠르게 낚아챈 곳이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입니다. 갤러리아백화점 WEST 1층에는 지난해 말 샤넬과 조르지오 아르마니에 이어 디올이 향수 전문 코너를 열었습니다. 백화점마다 향수 매장이 다 있는데 여기가 뭐가 특별하냐고요. 가장 큰 차이는 가격입니다. 이들 매장엔 한 병에 30만원이 넘는 향수가 즐비합니다. 일명 ‘오뜨 꾸뛰르 향수’입니다. 오뜨 꾸뛰르란 원래 디자이너가 상류층을 위해 제작하는, 작품으로 가치를 인정받을 만한 초(超)고가 옷을 말합니다. 자, 이제 오뜨 꾸뛰르 향수가 뭔지 감이 오시나요.

 가장 최근 문을 연 디올 향수 매장엔 프랑스 파리에서 전문 교육을 받은 향수 전문 컨설턴트가 상담을 해줍니다. 고객이 ‘우아함’ 같은 남들에게 비춰지길 원하는 이미지, 그리고 가볍거나 무거운 느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원하는 향을 말하면 컨설턴트는 ‘퍼퓸(향수) 바’에서 이에 맞는 향수를 골라줍니다. 무게감이 있다거나 하는 기준으로 취향에 맞는 와인을 선택하는 것처럼요. 다시 강조하지만 이때 골라주는 향수는 흔히 맡아봤던 향기가 아닙니다. 12가지 오뜨 꾸뛰르 향수(사진) 중 하나입니다.

 오뜨 꾸뛰르 향수의 가장 큰 매력은 독특함입니다. 매장을 찾은 김민정(38·강남구 압구정동)씨는 “이미 이름이 알려진 유명 향수는 다른 사람도 다 사용하는 것이라 쓰면서도 늘 뭔가 꺼림직했다”며 “오뜨 꾸뛰르 향수는 전에 맡아보지 못한 것이라 마음에 든다”고 말했습니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강남엔 유독 남들과 다른 독특한 걸 찾는 고객이 많다”면서 “그 사람들에게 오뜨 꾸뛰르 향수가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라는 판단에서 매장을 열었다”고 하더군요. 갤러리아는 이 외에도 아닉구딸, 크리드, 펜할리곤스 같은 최고급 니치 향수들을 구비해 놓았습니다. “강남에는 남과 다른 것을 하고 싶어하는 소비성향을 가진 사람이 많다”(디올 양혜라 차장)니 앞으로 강남에선 정말 독특한 향을 여기저기서 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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