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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건축가 집 값싸게 숙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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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영국 런던 시내에 있는 ‘어 룸 포 런던’은 템즈강이 내려다보이는 건물 지붕 위에 지어졌다. [사진 리빙아키텍처]

건축가에게 집짓기란 인간탐구다. 건축주의 삶을 파헤치고 탐구한 뒤 그에게 맞는 공간을 만든다. 이런 집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삶이 달라졌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런 경험을 누구나 누릴 수 없다. 돈·시간 같은 제약 때문이다. 이런 고민을 풀어주는 움직임이 영국에서 일고 있다. ‘리빙 아키텍처’ 운동이다.

 ‘리빙 아키텍처’는 세계적 작가 알랭 드 보통이 2009년 만든 비영리 단체다. 그 이름에 설립 취지가 그대로 담겨있다.

‘건축물에서 살아보자’는 것. 좀 더 말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가 지은 건축물에서 살아보자’다. 홈페이지에는 “건축가가 지은 주택에서 직접 자고 식사하면서, 어떤 곳에서 살아야 하는지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적혀 있다. “현대건축의 가치를 알리겠다”는 포부도 있다.

 ‘리빙 아키텍처’는 세계적인 건축가와 협업해 영국 근교에 집을 짓고, 이를 모든 사람들에게 빌려준다.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다.

지금까지 총 다섯 채가 완성됐다. 내년에 두 채가 더 세워진다.

‘발란싱 반’은 외장재로 반사형 스테인리스 스틸을 써 유리처럼 외부공간을 비춘다. [사진 리빙아키텍처]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피터 줌터, 네덜란드 설계회사 MVRD, 마이클&패티 홉킨스 등이 설계했다.

 이런 건물에서 하루 묵는 비용은 3만~4만원(1인당). 평균 7~9명이 묵을 수 있는 건물을 통으로 한 채 빌려야 한다. 인기가 많다 보니 올해 예약이 모두 끝난 건물도 있다.

 드 보통은 현재 영국 런던에서 살고 있다. 그는 새로 집을 짓더라도 옛날 식으로만 짓는 영국 건축에 불만이 많았다. 평소 “시골에 모던 건축을 지어 평범한 사람들이 이런 주택을 경험할 기회를 갖게 하고 싶었다. 옛날 건축만 고집하는 것은 좋은 건축이 아니라 나쁜 향수다”고 말해왔다.

 리빙 아키텍처 5호 건물인 ‘어 룸 포 런던’은 시골에 지어진 다른 건물과 다르게 런던 시내에 지어졌다. 2인용이다. 위치가 조금 독특한데, 사우스뱅크센터 퀸엘리자베스홀 지붕 위에 있다.

배 모양 집이다.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킨다. 혹은 홍수가 난 뒤 건물 옥상에 걸쳐진 배를 떠올리게 한다. 집 안에서 템즈강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항해일지라고 부르는 방명록도 있는데, 손님들이 숙박하면서 경험한 것을 기록하게 했다.

 ‘어 룸 포 런던’은 런던의 템즈 강에서 하룻밤을 근사하게 보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전세계에 공모해 데이비드콘건축사무소와 작가 피오나 배너의 아이디어가 뽑힌 결과물이다. 경쟁률이 500대 1을 넘었다.

 2호 건물인 ‘발란싱 반’은 네덜란드 설계회사 MVRD가 설계했다. 서픽 지역 호숫가에 지어진 이 건물은 30m가량이 기둥없이 공중에 떠있다. 2011년 미국 CNN이 선정한 ‘죽기 전 꼭 가봐야 할 호텔’에 뽑혔다. 레드 닷 디자인, 영국왕립건축가협회 상 등을 수상했다.

해안가 모래 언덕 위에 지어진 4호 주택 ‘듄 하우스’는 1층 전면을 유리로 만들고, 집 지붕에 침실을 뒀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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