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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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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조지 소로스(左), 존 폴슨(右)

금 투자 전략을 놓고 헤지펀드 업계의 두 거물이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조지 소로스가 금 보유량을 크게 줄인 반면 존 폴슨은 금값 상승에 게속 베팅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자료에 따르면 소로스 회장이 운영하는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는 지난해 말 현재 SPDR 골드트러스트를 60만 주 보유해 3분기 말(130만 주)보다 절반 이상 줄였다. SPDR 골드트러스트는 1323t의 금괴를 가진 세계 최대 금 상장지수펀드(ETF)다. CNN머니 등 외신은 소로스 펀드가 보유하고 있던 금 광산업체인 킨로스 골드 주식 1800만 달러어치도 매각했다고 전했다. 소로스를 따라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무어 캐피털 역시 SPDR 지분을 줄였다.

 반면 존 폴슨은 35억 달러(3조8000억원) 규모의 금 보유량을 그대로 유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존 폴슨이 운용하는 폴슨앤드컴퍼니는 SPDR 지분 2180만 주를 계속 갖고 있다”고 전했다. 폴슨앤드컴퍼니는 바리크 금 코퍼레이션, 앵글로골드 아샨티 등 주요 금 광산업체 지분도 대량 보유 중이다.

 시장은 일단 소로스의 행보를 따랐다. 소로스의 금 매각 소식이 전해지자 금값은 떨어졌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4월 인도분 금값은 장중 한때 온스(31.1g)당 1600선 아래로 내려갔다. 1600선이 깨진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0월의 최고가(1790달러)와 비교하면 10% 넘게 하락한 것이다. RJO선물의 선임 상품브로커 밥 해버콘은 “(소로스가 금을 파는 행위는) 시장에 혼란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금값 하락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일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경기가 좋아지면 금 같은 안전자산 대신 주식 같은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산업지수는 올 들어 7%가까이 올랐다. 일단 소로스의 베팅이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길게 보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글로벌 경제 회복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고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정책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다시 금을 찾게 될 것이다. WSJ는 “소로스가 2011년 ‘금값에 거품이 끼어 있다’며 금을 대거 팔아 치웠지만 2012년엔 다시 사들였다”고 전했다.

금값을 거시경제 지표들을 잣대로 예측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금은 인플레이션이나 경기 변동의 회피수단이 될 수 없다”며 “그저 시장의 인기나 수급에 따라 움직일 따름”이라고 말했다. 금값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인 셈이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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