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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박수가 안 들리는 박근혜 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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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새 정부 출범 1주일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인선의 3분의 2 능선을 넘었다. 이번 주초 조각(組閣)을 끝냈고 어제 청와대 비서실장과 국정기획·홍보·민정수석을 지명했다. 주요 인선 중엔 수석 6자리와 감사원장, 그리고 국가정보원장 등 권력기관장 정도만 남겨뒀다. 이제라도 속도를 내 다행이다.

 지금껏 발탁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박 당선인이 안정감과 전문성을 중시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내각의 경우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를 포함해 18명 중 12명이 관료 출신이다. 청와대도 6명의 내정자 중 5명이 관료 또는 군 출신이다. 통상 임기 초엔 비(非)관료 출신을 발탁해 개혁 어젠다를 끌고 가고, 임기 후반기로 갈수록 관료의 등용률을 높여 국정 안정감을 도모하던 역대 대통령들과는 다른 접근법이다. 박 당선인이 어제 “취임 6개월 안에 공약 다하겠다는 각오로 붙어야 한다”고 강조한 데서 드러나듯, 새 정부 적응기를 최소한으로 줄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에게 주는 그 밖의 메시지는 약했다. 박 당선인이 그간 해왔던 말과 거리감도 있었다. 그러니 감동도 덜했다.

 우선 대탕평 약속이다. 박 당선인은 “모든 공직에 대탕평 인사를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헌정 사상 최다 득표한 대통령이지만 동시에 헌정 사상 최대 비토 그룹을 가진 대통령이기에 타당한 인식이었다. 그러나 실천으로 이어졌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우선 지역적으로 이번처럼 영남 출신 대통령이 국무총리-청와대 비서실장을 영남, 그것도 PK로만 발탁한 전례는 없었다. 인선 명단 중 강원도·제주 출신은 전무했다. 이념·세대·계층적 배려도 부족했다. 윤창중-이동흡-황교안으로 이어지는 보수 색채는 보수 진영도 어리둥절할 일이었다. 내각은 물론 청와대도 50대 후반으로 구성한 건 과거 청와대에 비해 ‘올드(old)’했다. 더욱이 몇몇 후보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고위직의 2세여서 위화감까지 줬다.

 발탁 인사들 대부분이 상명하복의 조직 문화에 익숙한 이들이란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박 당선인의 의중을 따지는 데 급급할 뿐 국민의 뜻을 헤아리는 데 미진할 수 있어서다. 경량급의 ‘예스맨’이란 세평도 있다. 결국 불통 또는 만기친람(萬機親覽)형이란 박 당선인의 단점이 보완되긴커녕 증폭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인선 절차도 그런 걱정이 기우(杞憂)만은 아님을 보여줬다. 인선 발표자가 인선 배경은 물론 결혼 여부 등 기본적인 프로필도 파악하지 못했다. 박 당선인 홀로 하는 인선이었던 게다. 정부조직법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데도 원안 통과를 전제로 장관 후보자를 발표한 것도 문제였다. 야당이 “법질서는 무시한 초법적이고 직제도 없는 장관 발표”라고 반발하는 게 당연했다. 박수도 안 들린다.

 박 당선인은 이번 설에 “낡은 것들과 작별하겠다”고 했다.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도 그 ‘낡은 것’ 중에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