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보험업에 대한 정책 전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재무부는 보험업계의 정비강화를 위해서 몇 가지 조처를 연내에 취할 방침이라 한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으로 구분되었던 보험회사의 영업업종을 앞으로는 업종의 구별없이 보험회사의 요구에 따라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경영을 허용할 것이고 이러한 경영을 통한 자유경쟁에서 낙오되는 회사는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또한 신종 보험을 무제한 허가하고 6개월 동안 신종 보험을 신청한 회사에 독점시키되 일정 기간 실적이 부진한 경우에는 그 종목의 허가를 취소할 방침이라고 한다.
차관 또는 일반수입에 의한 물가도입에 있어서 국내 보험회사를 이용하지 않는 예가 허다하였는데 국내 보험회사를 이용하도록 하는 조처를 강구할 것이라고 하며 3억 원을 불입한 데 그친 재보험의 자본을 5억 원 전액 불입으로 확충하리라 한다.
이에서 축적된 자금에 대하여는 그 투자에 여러 가지 제약이 있었는데 금후 그 제약을 대폭 완화하는 동시에 투자방향을 설정하여 적극적으로 투자를 권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몇 가지 조처는 보험회사간의 치열한 경쟁을 유발할 것인데 이러한 자유경쟁에서 낙오되는 회사는 정리하는 한편 신규 보험회사 설립의 신청이 있을 경우에는 신규허가를 고려할 방침인 것 같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과당경쟁하에서는 신규회사 설립 신청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현재 미국의 생명보험회사와 손해보험회사 각 2개가 국내 지점 설치를 신청하고 있는데 이들의 인가는 외국은행 지점 설치 문제와 같이 다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보험에 대한 일대 정책 전환이라 하겠는데 첫째로 이 정책전환의 중점은 보험이 국민생활 또는 경제활동에 주는 영향면 보다 보험업체에 대한 것에 둔 감이 있다. 축적된 자금의 투자 구상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이 정책 전환의 주안점이라고는 할 수 없다.
업체에 대하여도 육성보다는 정리에 중점이 주어졌고 업무면의 확대와 제약의 완화 또는 자유화가 국내 보험업의 발전에 따른 자연발생적인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외국보험회사의 지점 설치를 위한 영접준비를 하고 있다는 감이 강하다.
현재 한국에는 6개 생명보험회사와 재보험을 합해서 11개 손해보험회사가 있는데 이들은 좁은 경제적 그리고 국민적 기반 위에서, 더우기 「인플레」의 압력, 높은 금리의 압박을 받아오면서 기형적으로 생존 내지 발전하여 왔다. 그것은 신규허가의 억제, 은행을 통한 손해보험의 「풀」제, 국민저축 또는 단체 보험가입 등으로 유지되어 왔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 가운데서도 기개 업체를 제외하고는 계속 존속하기가 곤란한 것도 적지 않다. 이렇게 생각할 때 지금과 같은 과당경쟁하에서는 신규 회사 설립신청이 없을 정도라는 현실파악 위에서 외국 보험회사의 지점 설치를 전제로 한 이들 조치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곤란하다. 이 조치 이후에 보험업계에서 몇 개 업체가 도산할 것으로 보는지, 몇 개 업체가 잔존할 것으로 예상하는지, 그 도산에서 오는 가입자가 입는 손실 기타 부작용에 대한 수습책은 어떤 것인 지에 대하여는 해명이 없어 알 길 없다.
개방 체제로의 전환은 모든 것을 일시에 개방해야 한다는 것으로 오해하여서는 안 된다. 자유화를 통한 도태, 이에 따른 피해는 얼마가 나든지 관심 외라는 정책 수립 방법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정책은 총체적인 이익이 손실보다 커야 하며 일부에서 발생하는 손실에 대하여도 이를 세심히 계산하고 구제하는 방법이 수반되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