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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현장 발로뛰는 허범도 경기지방중기청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7일 오전 경기도 군포의 전자부품 생산업체인 에스아이플렉스. 이 회사 원우연(53) 사장이 점퍼 차림의 50대 방문객에게 말했다.

"수출 주문은 자꾸 느는데 생산 인력이 부족합니다. 3명 밖에 없는 외국인 산업연수생을 더 배정해 주십시오."

"그런 문제를 해결해 드리는 게 저희 일입니다.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이뤄지도록 하겠습니다."

답한 사람은 허범도(51)경기지방중기청장. 이 회사는 허청장이 올들어 3백84번째로 찾은 중소기업이다. 그는 올해 1월4일 부임한 뒤 매일 한 곳 이상의 중소기업을 방문했다.

허청장은 "현장을 찾아야 애로 사항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허청장이 찾았을 때 어려운 사정을 털어놓은 뒤 도움을 받은 기업도 많다.

경기도 양주의 섬유업체 영신물산이 한 예다. 이 회사는 올 봄 수출 주문이 넘쳐 생산시설을 늘리려 했다가 좌절한 상태였다. 경기도 전체로 한해에 공장을 얼마 이상 신.증축 할 수 없다는 규정에 걸렸던 것.

영신물산 조창섭 사장은 "그러던 차에 마침 경기 중기청장이 와서 사정을 듣고는 관련 기관에 얘기해 공장을 늘리도록 해 줬다"면서 "사실 예전에는 경기 중기청이 있는 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화성의 현대기계기술은 공장을 옮기느라 부채가 늘어 올여름 일시적으로 자금난에 빠졌다. 이곳을 방문한 허청장은 공장 설비와 기술력 등을 면밀히 파악한 뒤 금융기관을 설득해 3억원의 신용 대출이 이뤄지도록 했다. 현대기계기술 이준영 이사는 "덕택에 위기를 넘기고 지금은 일본 등으로의 수출이 쑥쑥 늘고 있다"고 말했다.

스피커를 만드는 포천 성주음향은 지난 7월 청장이 다녀간 뒤 인터넷 회선이 설치돼 회사에서 전자우편으로 수출 상담을 하고 있다.

방문할 기업은 지역.업종을 안배해 정하고 미리 연락한 뒤 찾아간다. 허청장은 "올 초만 해도 전화로 찾아가겠다고 하면 무슨 조사나오는 것이 아닌가 꺼리더니, 이젠 전자우편 등으로 와달라는 요청이 밀린다"고 말했다.

오다 가다 공장이 눈에 띄면 갑자기 들르기도 한다. 예고 없이 방문했을 때 입구에서 공장을 지키던 개가 짖으며 달려드는 바람에 놀라 도망친 적도 있다고 한다.

허청장은 "1년 내내 다녀도 경기도의 2만8천여 중소기업 중 극히 일부 밖에는 가보지 못한다"며 "앞으로 중기인들이 많이 참여하는 지역 대학의 최고경영자과정 등을 찾아다니며 더 많은 중기인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woo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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