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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병원 건립 공방 2라운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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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세종시에 설치될 의료기관을 놓고 세종시와 충남대병원 간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한 차례 공방을 주고받은 데 이어 2라운드에 접어든 양상이다. 핵심은 서울대병원의 세종시 진출 결정 여부다. 세종시는 “서울대병원이 첫마을(한솔동)에 응급의료센터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충남대병원은 “근거가 없다.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를 둘러싼 세종시와 충남대병원의 갈등은 지난달부터 시작됐다. 지난달 5일 세종시와 서울대병원 세종시 유치추진위원회는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설치를 위해 150억원을 들여 올해부터 사업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충남대병원의 끈질긴 반대로 국비 확보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충남대병원은 “거점 대학병원인 우리가 세종시에 들어서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한 것”이라며 “우리가 정부 예산을 뒤엎을 만한 권한은 전혀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들 양 기관의 공방은 이달 들어서 또다시 불거졌다. 세종시는 최근 고위 관계자를 통해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가 개설돼 5월부터 진료에 들어간다”고 언론에 발표했다. 서울대병원 이시회가 지난 14일 응급의료기관에 의료진을 보내는 방안을 의결했다는 내용이다. 첫마을에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참여하는 응급의료기관(진료소)을 설치한다는 게 세종시의 설명이다. 세종시 유상수 행정부시장은 “서울대병원 이사회가 세종시민의 진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응급의료기관(시설)에 의료진을 참여시키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 추진 일정 등 구체적 내용을 협의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는 응급의료센터 설치로 시민편의를 제공하고 자족기능 확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종시 관계자는 “세종시민이나 정부부처 이전 공무원들의 경우 충남대보다는 서울대병원을 선호하고 있다”면서 “(충남대병원이) 자기 이익을 고집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김고성 (서울대병원)세종시유치추진위원회 위원장도 “충남대병원의 반대활동은 중앙부처 공무원의 생명과 안위를 볼모로 희생을 간접적으로 부추긴 처사이기 때문에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설치 장소는 북부권인 조치원읍이나 남부권인 첫마을 등이 검토되고 있지만 첫마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세종시 진출을 앞두고 있는 충남대병원이 반발하고 나섰다. 충남대병원 관계자는 “서울대병원에 확인한 결과 이사회에서는 세종응급의료센터에 관한 단순보고만 있었다”며 “(세종시에) 응급의료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서울대병원의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세종시가 자체적으로 기초진료시설을 준비한 뒤 위탁운영을 요청하면 서울대병원이 검토하는 단계를 거칠 것으로 전망했다. 충남대병원은 다음 달 세종시에 세종특별진료센터를 개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옛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건물에 관한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행복청은 지난해 말 정부세종청사로 이전한 상태로 옛 건물은 전기와 수도 등 기반시설이 남아 있어 리모델링만 거치면 특별진료센터 운영에 무리가 없다. 충남대병원 관계자는 “세종시가 주장하는 것처럼 충남대와 충남대병원이 서울대병원의 세종 진출을 막기 위해 정관계 로비를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다만 충남대병원의 조기 진출을 위한 지원을 요청한 것이 와전되면서 생긴 오해”라며 “세종시의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앞으로 응급팀을 포함한 5개 진료과로 구성된 병원을 운영할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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