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트롤] 심상찮은 엔화…어디서 멈출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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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이맘 때 원화가치는 추풍낙엽 같았다. 지금은 1달러를 사려면 1천3백원 정도면 되지만 그때는 거의 2천원이 필요했다. 이른바 'IMF 사태'로 불린 외환위기로 나라 경제가 거덜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일본 엔화가치 하락세가 심상찮다. 지난 금요일 달러당 1백27엔을 넘어서면서 3년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1백30엔선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수출을 비롯한 일본 경제가 좀처럼 회생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탓이다. 올해 일본 경제 성장률은 3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저(低) 가속화에 따라 국내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소리가 또 나오고 있다. 수출업계는 원화가치도 떨어질 것을 바라며 정부에 적극적인 대처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 나라의 경제력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환율(통화가치)이라고 할 때 시장개입과 같은 응급조치의 효과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도 환율문제엔 단기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분간 원화가치에 큰 변동은 없을 것 같다는 말이다.

국회 움직임도 관심사다. 내년도 예산안 통과 문제와 야당이 내놓은 법인세 인하건이 이번 주에 맞물려 돌아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과천쪽에서는 한나라당이 법인세율 인하(2%포인트) 방침을 관철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재계는 그만큼 세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환영할 것이다. 국회 법사위원회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주목된다.

지난주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이 개정안은 소비자들의 편익을 줄이는 대신 판매업자들 편을 지나치게 들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일로 돼 있는 물건 반품기한을 14일로 줄인 것인 대표적인 예다.

3조5천여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한생명의 매각 추진작업도 곧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난주 인수제안서를 받아본 결과 한화.오릭스컨소시엄과 미 메트라이프 등 모두 네곳이 참여의사를 밝혔다. 이 가운데 한두곳이 협상 대상자로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갈수록 첩첩산중이다. 현대아산과 북측은 금강산 관광특구 연내 지정문제를 지난주까지 마무리짓기로 했으나 아무 진전을 보지 못했다.

지난 7월 4백5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한국관광공사도 "이런 상황에선 추가 자금을 대지 못하겠다"며 버티고 있다. 현대아산측은 혼자 힘으로는 내년 1월을 넘기기 어렵다고 실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주 다시 돌기 시작한 제일은행과 하나은행의 합병설도 궁금증을 낳고 있다. 양측 대주주들 간에 의사타진이 오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연내 가부간 결정이 나오지 않을까 관측된다.

심상복 국제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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