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딸로 4회, 퍼스트레이디로 1회, 의원으로 2회, 부시 축하사절로 1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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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호 14면

1978년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9대 취임식에 퍼스트레이디 대행으로 참석해 국민의례 중인 박근혜 당선인(오른쪽). [대한민국 정부 기록사진집]

1971년 7월 1일 서울 중앙청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7대 취임식. 단상 위 박 대통령 뒷자리에 노란색 반팔 원피스 차림의 소녀(아래 작은 사진 왼쪽 끝)가 있다. 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인이다. 흰색 한복 차림의 어머니 육영수 여사 옆에 선 박 당선인이 아버지가 취임 선서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사진은 대통령기록관에 국가기록으로 남아 있다. 박 당선인은 5~9대 대통령을 지낸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취임식을 가까이에서 지켜봤고 특히 9대 대통령 취임식 때는 아버지 옆에서 퍼스트레이디 역할도 했다. 사상 첫 부녀(父女) 대통령인 박 당선인에게 취임식 단상은 낯선 곳이 아닌 셈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남다른 취임식 인연

아버지 박 전 대통령의 첫 취임식은 63년 12월 17일 오후 2시 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렸다. 제3공화국의 시작이었다. 현 광화문 뒤편인 중앙청 광장에서 열린 취임식엔 26개국에서 온 84명의 외국 축하 사절이 참석했다. 125명의 육·해·공군 군악대 연주 속에 검은색 연미복 차림의 박 전 대통령과 두루마기를 입은 육 여사가 단상에 올랐다. 박 당선인은 아버지가 취임 선서를 하고 무궁화대훈장을 받는 모습을 지켜본다. 당시 나이 열한 살이었다.

4년 후인 67년 7월 1일, 박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은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비가 오는 날씨였지만 우산 든 시민 3만 명이 중앙청 앞에서 시청까지 거리를 메웠다고 당시 신문들은 전했다. 외국 사절 규모도 커졌다. 휴버트 험프리 미 부통령을 포함해 30개국에서 101명이 참석했다. 군악대 연주로 시작된 식전행사에선 수천 마리의 비둘기가 날았고, 공군의 취임 축하 비행도 이어졌다. 이화여대·숙명여대·배화여고 학생들로 구성된 합창단이 ‘대통령찬가’를 부르며 막을 내렸다.

71년 7월 1일 제7대 취임식 때부터는 박 당선인의 존재가 크게 부각된다. 박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 내외가 앉은 ‘로열 박스’ 뒷자리에 동생들과 나란히 앉았다. 박 전 대통령은 큰딸을 취임식이 끝난 후 경복궁 경회루에서 열린 축하연에도 데리고 나타났다. 당시 신문들은 “박 대통령이 육 여사와 딸 근혜를 데리고 고적대의 요란한 팡파르 소리를 들으며 식장에 들어서자 축제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고 전하고 있다. 취임식을 총괄한 서일교 당시 총무처장관은 “엄숙하나 검소하게 취임식을 치르겠다”고 말했다. “25일 취임식은 낮은 자세로 검소하게 치르겠다” 는 박 당선인의 기조와 겹쳐지는 부분이다.

72년 유신헌법 개헌에 따라 통일주체국민회의의 간접투표로 박 전 대통령이 집권을 연장하면서 취임식 장소도 중앙청에서 장충체육관으로 바뀐다. 박 당선인의 존재감이 가장 컸던 건 78년 12월 27일 열린 박 전 대통령의 마지막 취임식(9대)이다. 어머니를 대신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26세였던 박 당선인은 아버지의 뒤가 아닌 옆에 자리했다. 복장은 취임식에서 줄곧 한복을 입었던 어머니와 달리 양장을 택했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주름 잡힌 흰색 치마 정장이었다. 취임식은 박 전 대통령과 박 당선인의 입장으로 시작해 취임선서·취임사 순으로 40분간 이어졌다. 아버지와 단상에 나란히 선 박 당선인은 가곡 ‘고향의 봄’이 연주되는 가운데 화동으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기도 했다. 취임식 뒤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축하연에선 한복으로 갈아입고 손님을 맞이했다. 치맛단에 꽃무늬가 수놓인 노란색 비단 한복이었다. 아버지와 함께 740여 명의 국내외 하객과 악수하고 환담했다.

박 전 대통령이 숨진 뒤에도 박 당선인과 대통령 취임식의 인연은 이어졌다. 98년 국회에 입성한 박 당선인은 의원 자격으로 2003년과 2008년 2월 25일 각각 열린 노무현·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2001년 1월엔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했다. 당시 동행했던 함성득 고려대 교수는 “박 당선인은 워싱턴에 진눈깨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인데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며 “볼거리가 많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자신의 취임식) 영감을 받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통령 취임식을 다섯 번이나 경험한 만큼 박 당선인은 본인의 취임식에 대해서도 더 꼼꼼히 준비했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친박계인 유정복(안전행정부 장관 지명자) 의원을 취임준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기용한 것도 취임식에 대한 박 당선인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친박계 현역 의원 가운데 인수위원회에 처음 합류한 인물이 유 부위원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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