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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천행과차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8윌6일, 서울 거리가찌는듯한 더위로 허덕이던 토요일 우리 내외는 대천해수욕장으로 휴가를 즐기러 뗘났다. 그전날 우리는 대천행급행열차 2등표두장을 사러갔다가 하루종일 더위속에서 고생만하고 허탕을쳤다. 차표사기가 별로 어렵지않을것이라고 말한 여행사 직원의 친절한 미소를 너무 믿은것이 잘못이었다.
여행사직원의말대로 우리는 아침6시 여행사문앞에서서 기다렸다. 줄맨앞을차지한 우리는 틀림없이 표를 살수있을것이라고 믿었다. 드디어 여행사문이 열리고 직원이나왔다. 그러나 그직윈의말이 차표를 모두 서울역으로 보냈으니 역에가서 직접 사라는것이 아닌가?
우리는 교통지옥을 뚫고서 서울역으로 달려가 차표사는줄끝에서 또 기다리지 않으면 안되었다. 복작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시달리다보니 어느덧우리얼굴은 땀투성이가 되었다. 그래도 우리는 차표파는 사람이 우리얼굴에 흐르는 땀을 눈물로착각해서라도 표두장을 우리에게 팔아주는 친절을갖고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있었다. 그러나 표를 파는 직원의말은 우리를 또한번 실망시켰다. 그사람의 말이 여행사에서 차표를 역으로 보낸일도없으며 또 내일표는 벌써다팔렸다는 것이다. 도대체 여행사가 말한표는 어디로 사라졌다는 말인가? 경찰이나 신문기자들도모르게 도둑맞았다는 말인가?
집에와서 우리는 무려13시간동안이나 고생하고서도 표두장을못산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여행사를 믿은것이 잘못이었을까. 아니면 여행사문에 늘어선 줄 맨앞에었었던 우리를 특별히 봐달라고 청해보지않은것이 잘못일까. 혹은 주말에 대천해변에서 열린다는 어느미인선발대회때문일까? 이런저런 이유를 생각하다보니『차표를살 힘도없는 늙은주제에 대천에 가서무엇을하나』하는 후회도생졌다. 이러한후회가 대천에 가고싶다는 욕망을꺾지는 못했지만.
그다음날아침 우리는 뜨거운 햇볕에 시달려 화덕갈이 달아오른 「랜드·로버」자동차에 몸을실었다. 기차처럼 편안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동차가 우리에게 친절하다고 위로하면서.
일요일아침 우리는 대천해변에 몰린 군중속에 파묻힐수있었다. 우리들앞에는 40여명의 매력적인아가씨들이 줄지어 있었다. 아가씨들이 하나씩 선을 뵐때마다 군중들의갈채가 터져나왔다. 마침내서울아가씨가 대천해수욕장의 미인으로 뽑혔다. 이 아가씨의 아름다움은 외적인것 보다는 오히려 무척 깊은곳에서 우러나오는 내적인것이었다. 결국우리는 이렇게 아름다운미인을 볼수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대천에내려오기위해 겪었던 고생을 상쇄시킬수 있었던것이다.
필자=본명 「레슬리· 러워」「오스트레일리아」태생(당60세)한국구세군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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