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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고의 크리스마스 [2]

중앙일보

입력

컴퓨터 부품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사정이 매우 좋지않은 메모리칩의 경우 지난해 14달러였던 128메가 D램 가격은 현재 1.5달러까지 뚝 떨어졌다.

컴퓨터의 핵심부품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생산하는 인텔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텔의 주력제품인 펜티엄 4의 가격은 올해 80%나 폭락했다. (마이크로프로세서는 데스크탑 컴퓨터 가격의 14% 정도를 차지한다)


상대적으로 비쌌던 컴퓨터 관련 제품들의 가격도 많이 내렸다.
왼쪽부터 컴팩 iPAQ 3670 (4백46달러), IBM 넷비스타 X40 컴퓨터 (2천5백74달러), 소니 바이오 새 모델 PCG-R505CT 노트북 컴퓨터 (2천6백83달러),
로지텍의 무선 키보드 (1백19달러)

그 결과 훌륭한 성능의 컴퓨터도 헐값에 팔리고 있다. IDC의 하이테크 시장 조사결과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에서 데스크탑과 랩탑 컴퓨터의 평균가격은 전년대비(2001년 6월 30일 기준가) 14%나 떨어졌다.(일본 제외) 2000년 3월 31일 기준가는 9%가 떨어졌었다.

제조업체들만 출혈을 감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상인들도 구매자들을 끌어들여 장사를 계속하기 위해 손실을 무릅쓰고 있다. "소비자들이 공짜로 컴퓨터를 얻을 수 있는 날을 바라볼 정도로 경기가 안좋다"고 스타컴퓨터시티의 가즐레이는 말한다. 5년전만 해도 가즐레이는 컴퓨터 1대를 팔아서 20%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요즘엔 인터넷상에 주문생산방식의 제조업자들이 등장하는 등 경쟁이 심화되면서 5%에서 8%까지 이윤이 떨어졌다. 이제는 신용카드 회사에 떼어주는 수수료 하나만으로도 벅차 소비자들에게 할인을 해주기는 힘든 상황이 됐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살인적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많은 소매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생사기로에 놓여있는 상인들 덕분에 소비자들은 분명 큰 이득을 얻고 있다. 하지만 어떤 제품을 고르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일까?

어떤 이들은 지난 몇년간 충분한 파워와 속도를 갖춘 제품들이 처음엔 다소 비싸보이더라도 결국 만족스러운 선택이 됐다고 말한다. 홍콩에 사는 고든 목은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1년 만에 컴퓨터를 사면서 목과 에릭 형제는 40기가 하드, DVD 플레이어, 이더넷 카드(랜 카드), 엡슨 포토 810 프린터, 스캐너, 로지텍 무선 키보드와 마우스 등을 갖춘 펜티엄 4 세트를 1천8백90 달러(약 2백40만원)에 샀다. 이는 몇달 전보다 30%나 인하된 가격이다.

모든 디지털 기기들이 현저하게 싸진 것은 아니다. 중가의 디지털 카메라는 비록 성능이 대폭 향상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5백달러에서 7백달러나 한다. 핸드헬드 컴퓨터의 가격은 이제 조금 떨어지기 시작했다. 팜 OS 기반의 PDA를 만드는 핸드스프링의 홍콩 배급업체는 바이저의 소비자가를 35% 인하했다. 바이저는 올해초 디지털 카메라를 포함, 2백80달러에 공급됐었다.

기술이 발달하고 생산과정이 진화한데다 경쟁까지 심화되면서 다른 제품들의 가격도 형편없이 떨어졌다. 읽고 쓸 수 있는 CD-롬 라이터의 경우 공급과다로 가격이 1백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또 작년만해도 2천 달러가 넘는 가격표에 살 생각도 하기 힘들었던 평면 LCD 모니터는 이제 15인치 제품이 미국에서 4백 달러(약 50만8천원)도 안되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 기획세일 가격이 아닌 정상가격이 그렇다.

이렇게 가격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구매자들은 여전히 흥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상인들은 더 이상 깎아줄 여력이 없다. 그래서 차라리 가격을 깎아달라기 보다는 스캐너나 프린터 등 주변기기를 묶어서 팔라고 꼬드기는 편이 나을 것이다.

또 온라인 쇼핑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시아 지역은 아직 미국 만큼 온라인 판매 경쟁이 치열하지 못하다. 하지만 인터넷을 이용하면 상점을 직접 방문하기 전에 가격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쇼핑하는 것은 언제나 권장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즉시해야 한다. 혹시나 하고 가격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려서는 안된다. 하긴, 기술과 생산부분의 진보덕에 디지털 기기들의 가격은 결국에는 떨어지긴 할 것이다.

인텔사의 마케팅 매니저인 멜리사 맥비커는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다는 말은 줄곧 듣곤 한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계속될 것이고, 이는 가격 역시 계속 떨어질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제조업체들이 계속해서 생산원가 이하로 물건을 팔 수는 없다. 몇개월안에 재고는 바닥날 것이고 생산라인이 치워지고 몇몇 회사들은 퇴출될 것이다.

수요공급이 어느정도 맞춰지면 LCD 모니터등 몇몇 제품들의 가격은 안정될 것이다. 어쩌면 가격이 더 오를지도 모른다.

테크놀로지 연구조사업체인 IDC의 분석가 키티 포크는 "아시아 지역에서 이렇게 많은 PC 브랜드를 본 적이 없었다. 지난 2-3년간 이들의 수익은 괜찮았다. 하지만 이제 이윤의 폭이 줄어들었고 이보다 평균 가격이 더 떨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 연말이야말로 몇년내 최고의 쇼핑 찬스가 될 지도 모른다.

제레미 한센 (JEREMY HANSEN)
자료제공 : CNN 한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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