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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표현하는 우리의 마음

중앙일보

입력

얼마 전부터 '미술치료'라는 생소한 말이 자주 들리고 있습니다. '말'로는 다 표현 못 할 자신의 마음을 그림으로 그리면서, 스스로와 대화를 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이 치료의 목적이라고 해요. 그리고 그것은 병원이나 상담실에서만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닥터 수스의 그림책 『하루하루 다른 색깔』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욱 굳어져요.

이 그림책은 그림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치료해줄 수 있는지를 깊이 생각하게 합니다. 책 속에서 작가 자신인 듯한 '나'는 '어떤 날은 노랑, 어떤 날은 파랑' 하루하루 다른 색깔의 동물로 모습이 바뀐다고 말해요. 그리고 그 다양한 색깔은 '나'의 마음 상태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선명한 빨간색의 날, 나는 한 마리의 말이 되어 기분 좋게 발길질을 합니다.'

책을 넘기면 이런 시적인 문장 뒤에 빨간 색의 말 한 마리가 신나고 힘차게 뛰고 있는 그림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다 잘 할 것 같이 기운이 넘치는 아이의 모습. 그것이 이보다 더 잘 나타날 수 있을까요? 또 이런 장면도 있습니다.

'보라색의 날에는 나는 슬퍼져요. 훌쩍훌쩍 나는 꼬리를 질질 끌며 혼자 걷는답니다'

이 문장 밑에는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며 터덜터덜 걸어가는 보라색 공룡이 그려져 있습니다. 삶에 지쳐 슬프고 우울한 마음이 금세 느껴지는군요.

이 그림책에는 이렇게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이 생생한 색깔을 가진 동물의 그림으로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림책을 읽는 사람들은 '맞아, 나도 기쁠 때는 이랬어. 또 슬플 땐 저런 모습이었지.' 하면서 공감하면서 볼 수 있지요. 작가 닥터 수스는 그렇게 살아가면서 생기는 자신의 느낌을 모두 표현하고 마지막에 가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 모든 감정들이 뒤섞여 알록달록한 날에는 내가 누군지도 알 수 없지만, 결국엔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 다시 ‘내’가 될 수 있다고요. 그렇게 다시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 것이겠지요.

서로의 향기를 나누어 가지세요

자신의 마음을 꾸밈없이 표현해 보는 것. 그것은 아이나 어른에게 모두 숨겨져 있던 마음의 슬픔이나 상처, 혹은 힘을 꺼내어 주어 누군가의 도움을 받거나 아니면, 자신의 힘으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요즘은 어린이들을 상당할 때 그림으로 자신의 마음을 나타내보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고 해요.

어릴 때부터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고 마음껏 표현하는 것에 익숙해진다면 이 그림책의 결말처럼 밝고 강하게 자신의 앞날을 향해 뛰어가는 힘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하루하루 다른 색깔」은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좋은 지침서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날 때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이 그림책을 읽어 보세요. 그리고 서로 마음이 상하거나 기쁠 때 각자의 마음을 자유롭게 표현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말로 하기는 어려웠던 것들이라도 그림 속에서는 점점 마음의 씨앗이 활짝 피어나 서로를 향해 향기를 내뿜게 되는 꽃이 될 지도 모릅니다. (이윤주/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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