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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광폭의 인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광도 원폭피해를 입은 한교포의 후예가「평생바보」로 세상에서 버림받고 있다.
마산시 중앙동 2가1∼39에서 22년째 망각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최순호(30)씨.
그가 피해를 입은 것은 나이 불과 8세 때. 광도 부근 「후꾸이」시에서 「와다」국민학교 1학년에 다니던 순호씨는 지금은 돌아간 아버지와 어머니 두 형들의 손에 이끌려 미군의 폭격을 피한다고 광도로 이사해온 것이 8월5일. 광도 한복판의 여관에 임시거처를 정하고 가족들은 모두 변두리로 방을 구하러 나가 돌아오지 않은 채 어린 최씨 혼자서 마의 6일을 맞은 것이다.
이날 아침 8시쯤 여관밖에 놀러나갔던 최씨는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오늘의 비극을 안게 되었다. 큰형 수우(48·현재일본에있음)씨가 타다 남은 여관에 왔을때 순호씨는 상처투성이에 이미 의사표시를 못하는 바보가 된 것을 발견했다. 순호씨의 외상은 곧 아물었으나 그의 눈은 촛점을 잃고 영영 뇌 이상자가 되고 만 것. 그해 9월에 귀국했으나 순호씨의 증세는 더 도져 걸핏하면 거리를 쏘다니다 개구장이들의 놀림감이 되기가 일쑤였고, 잠자리에서 기적소리가 들려도, 심할때는 바시락 소리만 나도 놀라 벌떡 일어나 밖으로 뛰어나가곤 한다는 것. 순호씨는 광도에서 외상치료를 받은 것 밖에는, 귀국후에도 둘째형 순천(37)씨의 품팔이로 겨우 연명하는 터에 원자병 치료를 위해 병원문을 두드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 한다.【마산=여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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