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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서] 부시 흑인 참모진 '색다른 소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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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최상류층 엘리트 백인 가문 출신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양옆에 핵심 흑인 참모를 두고 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이다.

최근 두 사람이 이례적으로 부시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한참 논란이 되고 있는 소수계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에 대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16일 소수계 학생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미시간 대학의 입학사정제도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성적이 더 좋았지만 이 제도 때문에 입학사정에서 떨어졌다는 백인학생 세명의 입장을 지지한 것이다.

다음날 아침 워싱턴 포스트는 백악관 참모들을 인용해 "라이스 보좌관이 부시의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라이스는 무척 화가 났다. 사실과 다른 데다 이 기사로 자신이 흑인사회의 화살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라이스 보좌관은 17일 개인 성명을 발표, "인종과 상관 없는 중립적인 제도는 선호할 만한 것이지만, 다양한 학생을 입학시키기 위해 인종을 하나의 요소로 활용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라이스 보좌관은 의견 개진에 무척 신중을 기했다. 자신이 대통령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나타내기 위해 "나는 학생그룹의 다양성을 강조하고 뿌리깊은 인종적 편견을 걱정하는 부시 대통령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언론은 라이스가 부시 대통령과 미묘한 견해 차이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부시가 대학의 입학사정에서 인종 고려가 필요하다는 언급을 유보한 반면, 라이스는 분명히 밝혔다는 것이다.

파월 장관의 목소리는 더 컸다. 그는 19일 CBS-TV에 출연해 "나는 소수계 우대 정책에 대한 강력한 신봉자"라고 천명했다. 그는 "인종은 대학입학 사정시 고려돼야 할 많은 요인들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라이스 보좌관의 성명 발표는 대통령의 동의를 받은 것이다. 파월이 대통령과 상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부하가 이견을 얘기하도록 한 대통령의 포용력, 소신을 밝히는 참모… 이것이 미국의 힘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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