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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파견 의사 3명 나이지리아서 피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북한인 의사 3명이 10일 새벽(현지시간) 나이지리아 동북부 요베주(州)의 포티스쿰에서 무장괴한에게 살해됐다. AP통신 등 외신은 최근 의료 종사자들을 공격해 온 급진 이슬람주의 단체 보코 하람의 소행인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경찰과 군 당국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누시 루파이 요베주 경찰청장은 “괴한들은 10일 오전 1시쯤 의사들이 묵고 있던 숙소의 담장을 타고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경찰 출동 당시 집 안에선 피해자들의 시신이 발견됐으며, 부인들은 집 밖 화단에 숨어 공포에 떨고 있었다. 피살자 중 한 명은 완전히 참수된 상태였고, 나머지 둘도 목에 날카로운 것에 베인 상처가 있었다고 AP는 전했다.

 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단체는 나오지 않았지만 나이지리아 경찰은 보코 하람을 의심하고 있다. 2002년 결성된 보코 하람은 지난 8일 북부 최대 도시 카노에서 소아마비 백신 접종을 받던 여성 9명을 살해했다. 이들은 주로 나이지리아 동북부에서 활동하며 크고 작은 테러를 저질러 지난해에만 792명을 죽였다고 AP 는 전했다. 보코 하람은 ‘서구식 교육은 신성모독이다’란 뜻이다.

 살해된 북한인 의사들은 모두 내과 의사로 북한과 요베주가 맺은 의료진 파견 양해각서에 따라 2005년부터 포티스쿰 병원에 근무해 왔다. 포티스쿰은 수도 아부자에서 동북쪽으로 500㎞ 떨어져 있다. 요베주 병원위원회 의장인 무함마드 맘만은 “병원에 공간이 없어 경호 인력이 없는 집에서 지내다 참변을 당했다”며 “그들은 평소 경호 없이 삼륜 택시를 이용해 이동해 왔다”고 말했다. 맘만 의장에 따르면 포티스쿰 병원엔 살해된 의사들 외에도 간호사와 엔지니어 등 북한인 10여 명이 일한다.

  나이지리아는 북한과 외교관계를 유지하는 소수의 국가 중 하나다. 지난해 10월엔 나이지리아 외교장관 비올라 온울리리가 평양을 방문하기도 했다. 북한은 비동맹 외교의 일환으로 나이지리아 외에도 에티오피아·모잠비크 등에 의료진을 파견하고 있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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